윤석열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생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실뿐 아니라 각 부처 장관들도 현장에 방문, 국민 목소리를 들으라고 지시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 대해 소개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36곳의 민생 현장에 방문, 소통한 데 대해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라도, 현장에서 목소리를 들어보니까 더 생생하게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심각성도 피부에 와 닿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민은 고위직과 국민 사이에 원자탄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은 틈이라도 벌어져서 국민의 숨소리가 들리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 장관도 참모들에게 맡기지만 말고 일부러 시간을 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국민이 좋아하는 데 못 할 이유가 뭐가 있냐"며 반문한 뒤 "직접 청취한 외침 중에서 공통 사안은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구체적인 현장 목소리를 언급한 것과 관련, "국민 절규가 있다면 거기에 응하는 게 정부 임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현장 목소리를 국무위원에게 전달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기에 정책과 직접 연결 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거듭된 국민의 절규가 있다면 거기에 응하는 게 정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식당에서는 끝없이 올라가는 인건비에 자영업자들이 생사의 기로에 있음을 절규하며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지불해야 한다는 ILO 조항에서 탈퇴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비상 대책 마련을 호소하셨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들은 것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그것과 관련해 어떤 정책적인 결정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탈퇴 가능성에 대해 일축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또 윤 대통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시정 연설을 하는 것과 관련 "기본적으로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라며 국정 운영 소회, 국정 현안 등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는 취지로 소개했다.
시정 연설에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의장단, 여야 대표단 등과 환담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기 때문에, 국회 지도자들과 만나게 되면 (대통령은) '목소리를 잘 경청할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최근 주재한 제5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언급하며 '지방시대 추진' 문제에 대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방시대, 지방균형 발전과 관련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게 해야 하는 데 중요한 게 교육과 의료"라고 말했다.
이어 "총각 때 지방에 발령 나면 괴나리봇짐 들고 옮겨 다녔으나 결혼한 직장인은 다르다. 교육과 의료가 없으면 배우자, 자녀가 안 따라가는데 어떻게 혼자 내려가 사냐"며 "의료와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업도 산업 시설도 지방으로 가지 않아 (이를) 해결 못 하면 지방시대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요원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시대 경쟁력은 우수한 인재 확보이며, 최고의 인재들이 지방에 내려갈 (수 있도록) 자율적이며 다양하며 수준 높은 교육, 질 높은 의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