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공개 자료’ 특정 업체에 넘긴 한전 직원들…경찰에 수사 의뢰

입력 2023-10-30 15:54 수정 2023-10-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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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구 내부구조 사진 찍어 전력사용 신청한 업체에 전달
전력공급 불가→승인 변경…징계 요구 뒤 경찰 수사요청
비공개정보 담긴 검토서 유출하고 “몰랐다”는 직원도 징계

▲한국전력 (이투데이DB)
▲한국전력 (이투데이DB)

한국전력 직원이 직무와 관련한 내부 사진을 찍어 특정 업체에 전달했다가 적발됐다. 또 다른 직원도 한전 계통운영 자료 등 비공개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 감사실은 최근 ‘데이터센터 전기공급실태 특별감사’를 벌여 차장급 직원 A 씨가 내부자료인 전력구(전력을 배달하는 지하터널) 사진을 촬영한 뒤 한 업체에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업체는 2021년 5월 사업자들이 한전에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전기사용예정통지’를 냈지만, 한전은 인출 전력구 내 고객선로 증설 불가로 신규 공급이 곤란하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업체는 두 달 후 전기사용예정통지를 재신청하면서 전력연계검토를 담당한 용역사의 검토서를 첨부했다. 검토서에는 전력구 도면과 전력구 내부 구조 사진, 관로공 관련 내부정보가 담겼다.

감사 결과 A 씨는 이 업체가 전력사용 재신청 직전 내부 구조 사진을 전달했다. A 씨도 자체 시공성 검토를 위해 현장에 가 사진 촬영을 하고, 상사에게 보고없이 유출했다고 진술했다.

또 A 씨는 당시 시공성 검토 업무를 맡으면서 전력구 벽면 천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음에도, 해당 업체의 검토서를 수용했다. 감사실은 통상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보수적으로 해석해 고객 요청을 수용하지 않지만, 해당 건의 경우는 반대였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업체는 2021년 8월 검토 끝에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승인’을 받았다. 당초 업체는 전력 신규 공급 불가 통보를 받았다가 A 씨가 관여하면서 결과가 달라진 셈이다.

다만 감사실은 A 씨에 대해 외부 청탁이나 특정 업체와 유착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직무 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사실에 대해서만 한전에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전력구 내부 구조 사진이 업체에서 용역사로 넘어간 점, 검토서에 담긴 비공개 정보 취득 경위 등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한전 내 또 다른 직원도 회사 내부 정보를 유출하다 적발됐다. 전기사용예정통지 접수 업무를 담당하는 B 씨는 모 전기공사업체에 한전 계통운영 관련 비공개정보가 포함된 ‘전력공급방안 검토서’ 파일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감사실은 “수도권 데이터센터 입지선점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특정고객에게만 검토서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업무처리의 공정성, 형평성 논란 등이 우려된다”며 “부당 취득한 내부 정보를 사익에 이용할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업체는 전력계통 분야 전문업체로, 과거 한전의 비공개정보를 사용해 용역을 수행한 적도 있었다. B 씨는 당시 검토서가 유출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감사실은 입사한지 11년이 된 B 씨가 2년 4개월간 관련 업무를 처리하며 이 건만 유일하게 정보를 유출했다고 짚었다.

또 전기공사업체가 전력사용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용역자료에는 전력계통 현황, 변전소 정보뿐 아니라 한전과 비밀유지계약서를 체결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계통해석DB 활용 분석자료’도 담겨 있었다.

감사실은 이 역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B 씨에게는 비공개정보 외부 유출, 접수업무 처리 부적정 등을 이유로 징계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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