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붕어 없어도 붕어빵 아니냐는 ‘맹탕’ 연금개혁안

입력 2023-10-30 05:00 수정 2023-10-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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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8월 연금 개혁을 위한 재정계산에 착수한 지 1년여 만이다. 하지만 연금 개혁안이 공개되자 ‘맹탕’ 논란만 요란스레 불거지고 있다. 입맛이 쓰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혁안에 15개 과제를 담았다. 노후소득 보장 강화, 세대 간 형평성과 국민 신뢰 제고, 재정 안정화, 기금 운용 개선 등의 지향점이 가지런히 나열된 청사진이다. 선언적 구호만 담긴 것은 아니다. 개혁안에 따르면 정부는 노령연금 감액 제도를 폐지해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가다듬고 있다.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할 경우 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출산 크레딧 등도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과 별개로 월 32만 원 수준인 기초연금은 4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복안이 많다. 국민 후생을 높일 카드들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은 보험료율 인상 목표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결함이 있다. 치명적 결함이다. 수급개시연령, 소득대체율 등에 관한 구체적 수치도 없다. 이래서야 연금제도가 어찌 개혁될지, 또 어찌 지탱될지 알 길이 없다. 박수와 환호는 간데없이 비판의 목소리만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31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에 종합운영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야가 구체적 숫자마저 빠진 정부의 맹탕 개혁안을 토대로 연금 개혁을 이뤄낼 것으로 바라는 것은 겨울철 고목에서 꽃이 피어나기를 꿈꾸는 것이나 진배없다. 국회는 앞서 올해 4월까지 개혁안을 내놓겠다며 지난해부터 연금 개혁을 논의하다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차가운 여론을 의식해 손을 놓고 정부 책임으로 돌렸다. 이번엔 거꾸로 정부가 국회로 공을 차는 장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연금 개혁을 겨냥해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집권 초기부터 연금을 비롯한 3대 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연금 환경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더더욱 엄혹하다. 연금기금은 2040년 정점(1755조 원)에 이른 뒤 이듬해부터 적자로 전환해 2055년 소진된다. 그 이후 상황은 목불인견이다. 적자부담이 해마다 가중돼 2060년 일하는 이들은 소득의 30%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국가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나. 윤 대통령도 그래서 개혁을 다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실행에 나서야 한다.

개혁 방향은 명확하다. 현재의 20대 청년층이 고령층이 됐을 때 큰 걱정 없이 연금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국민 이해를 구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1998년 이후 25년 동안 9%로 묶인 보험료율부터 손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에는 구체적 숫자 얘기는 하나도 없다. 붕어가 없어도 붕어빵이란 것인가. 연금개혁안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비책이 담겨 있지 않은 한 개혁안이라고 할 수 없다. 정부에 연금개혁 의지가 진정 있는지 엄중히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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