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여론조사는 ‘노동개혁 후퇴’ 의미할 뿐

입력 2023-10-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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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짧은 노동시간’ 결과뻔해

노동계 저항으로 개혁 좌초 위기

차라리 ‘64시간 특례’ 활성화하길

노동개혁의 핵심과제인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지난 6월부터 두달간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정부가 발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조사는 지난 3월 정부가 입법예고한 주52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노동계가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하게 하는 ‘장시간 근로’라는 프레임을 씌워 반발하자 국민여론을 참조해 내용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이뤄졌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근로시간 개편안은 수주량에 따른 탄력적인 생산활동, 급속한 경제환경 변화 등을 고려한 합리적 방안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양대노총은 물론 MZ세대가 주축이 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까지 반대에 가세하자 정부의 개혁방안이 크게 흔들렸다. 개편안에 대해 노동자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장시간 근로에 시달릴수 있다는 불만들이 쏟아졌다. 몰아서 일하고 한꺼번에 휴식을 취하는 근로시간 유연성은 글로벌 트렌드지만 일부 좌파언론과 노동계의 공격에 정부는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정책에 대해선 일단 반대부터 하는게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잘못된 관행이다. 파견대상 확대, 기간제 기간연장,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금지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시행하는 글로벌스탠더드 법안 조차 우리나라 노동단체들은 탄압정책으로 몰아붙이기 일쑤다.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추진되면 노동계는 친시장, 반노동 정책이라며 투쟁의 깃발을 올린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경제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태다. 한국노총, 민주노총과 한배를 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선진국에서 오래전에 폐기한 노동자면책특권과 유사한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노동개혁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여론조사 결과를 참조해 개혁안을 보완하겠다고 하겠는가.

이는 개혁의 후퇴를 의미한다. 정부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노동자들은 누구나 적게 일하고 많은 임금을 받기를 원한다.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8명꼴로 “주당 최대 근로 52시간 또는 그 이하가 적절하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응답자의 46.7%는 주 48시간 이하로 근로시간을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고 현재의 주 52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답변이 34.5%였다. 반면 주 60시간 또는 64시간까지 일하기를 원하는 근로자는 10.3%에 불과했고 주 69시간까지 일해야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2020년 5만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환경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읽힌다. 이 조사에서 주 50시간 미만 일한다는 응답이 79.6%에 달했으며 50시간 이상 10.4%, 60시간 이상 9.2%라고 답했다. 이들중 현재보다 적거나 동일한 근로시간을 희망하는 응답자는 88.4%에 달했다. 더많은 노동을 원하는 근로자는 10.4%에 불과했다. 90% 가까운 근로자들이 현재와 같거나 적은 근로시간을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이할점은 월 400만원 이상 고임금 근로자들의 경우 95.9%가 현재보다 같거나 적은 근로를 원하고 3.4%만이 더 많은 근로시간을 원해 부자 노동자일수록 더 적은 시간의 노동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여론조사결과 역시 비슷한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여 조정되는 근로시간개편안은 입법예고안보다 연장근로한도가 줄어들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동력을 갖기위해선 노동개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반대여론을 의식해 설문조사를 토대로 개혁안을 마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개혁의 당사자인 노동계의 저항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좀더 성의있게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적 공감대가 넓어지고 개혁다운 개혁을 할수 있다.

성공한 노동개혁으로 꼽히는 영국의 대처개혁, 독일의 하르츠개혁, 프랑스의 마크롱개혁 모두 노동계의 거센 저항을 뚫고 국가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적당한 타협과 양보를 통한 개혁은 국가경제와 일자리창출을 위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론조사를 통해 근로시간을 개선할 바에는 차라리 일감이 몰리는 사업장에 64시간까지 일할수 있도록한 특례조항을 활성화시키는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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