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막상 영화가 개봉하자 작품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무슨 이유일까요?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하자 CGV에서 운영 중인 실 관람자 기반 영화 평점 서비스인 ‘골든에그지수’가 66%까지 떨어졌습니다. 네이버 영화 평점은 6.63점, 왓챠피디아 평점은 3.5점을 기록하며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감상평들을 살펴본 결과 혹평의 근원은 난해한 스토리와 영화의 몇몇 설정들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영화 끝나고 불 켜지는데 상영관에 있던 모두가 웅성웅성... 뭔 내용이야?” 등의 감상평이 보여주듯 영화의 불친절한 전개에 불만을 표하는 관객들이 다수였습니다. 이어 “보는 내내 찝찝함을 떨칠 수가 없음”, “반성문인 줄 알았는데 변명문, 오히려 반문하고 싶어진다” 등의 후기도 있었는데요.영화가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군수공장을 운영한다는 점, 아버지가 아내의 동생과 재혼하는 설정 등이 국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반응입니다. 개봉 전 영화 줄거리나 배경 등 관련 내용이 최소한으로 공개되며 영화가 베일에 쌓여있던 탓에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던 지점이었죠.
이러한 반응과 함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로 직전 영화인 ‘바람이 분다’ 관련 논란도 다시금 화제가 됐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바람이 분다’도 개봉 당시 한국에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인데요. 당시 논란도 ‘군국주의를 미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전투기로 사용됐던 ‘제로센’의 개발자 호리코시 지로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이에 관객들은 “전범회사 미쓰비시 중공업이 무대라는 점에서 상당히 불편하다”, “맹목적 낭만주의는 독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영화를 통해 인물의 꿈과 열정, 장인정신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였을지라도 전투기 ‘제로센’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아름답게 그려져 공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당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논란에 대해 “그는 전쟁 참여 요구를 많이 받았지만, 이에 대항하면서 꿈을 이뤄 온 사람”이라며 “나의 아버지도 전쟁에 가담했지만 좋은 아버지였다…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무조건 죄를 안고 살아야 되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몇몇 관객들도 일장기가 붙은 비행기들이 추락하는 장면’이나 지로의 꿈을 두고 ‘저주받은 꿈’이라 표현하는 장면 등을 살펴보면 오히려 영화에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평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평화주의를 지향하고 영화를 통해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전쟁 미화’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죠. 그보다는 역사의 흐름 속 모든 개인들이 자신의 삶을 장인과 같이 전력투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에 무게를 둔 해석들도 있었습니다.
‘붉은돼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의 작품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평소 ‘평화’, ‘반전’, ‘환경’ 등 시대적 과제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감독으로도 유명한데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은 한국에 사죄해야 한다. 그 시대 일본군부가 일본군을 귀하게 여기지 않아서인지 다른 나라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본다. 그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죠.
이에 첨예하게 갈리는 감상평 자체가 의미를 가진다는 반응도 존재하는데요. 같은 영화를 감상한 뒤 누군가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왜 무기상의 아들인가”라는 반응을, 또 다른 누군가는 “반전주의가 강하게 깔려있는 작품이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며 자신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는 것이죠. 그 답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생각과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봉 첫 날 극명하게 갈리는 호불호와 함께 다양한 반응을 남긴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한국에서 어떤 작품으로 남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