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글로벌 인수·합병(M&A)인 브로드컴-브이엠웨어 간 기업결합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기업결합 후 10년간 경쟁사들에 대한 호환성 저해·차별 금지 등을 지켜야 한다는 조건이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브이엠웨어의 주식 전부(약 610억 달러·한화 82조 원)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브로드컴과 브이엠웨어는 각각 글로벌 통신 반도체 하드업체 업체,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업체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번 기업결합은 브이엠웨어의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와 브로드컴이 공급하고 있는 FC HBA(작년 기준 시장 점유율 64.5% 차지) 간에 상호호환성을 매개로 한 혼합결합이 발생한다. FC HBA는 서버 부품으로서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SAN) 간의 연결을 지원하는 어댑터다. 현재 FC HBA 주요 제조사는 브로드컴과 마벨(Marvell)뿐으로 시장 독점화가 우려되는 분야로 꼽힌다.
공정위는 양사 기업결합 후 브이엠웨어의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가 브로드컴의 FC HBA와는 잘 호환되지만, 다른 경쟁사 부품과는 제대로 호환되지 않아 경쟁사업자가 배제될 우려가 있는지를 중점 심사했다.
심사 결과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경쟁사 부품에 대해 호환성 인증을 지연 및 방해하거나, 신규 사업자의 호환성 인증 요청을 거절하는 방식 등의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럴 경우 브로드컴의 유일한 경쟁사인 마벨이 시장에서 배제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브로드컴이 FC HBA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가 더욱 공고히 할 것이란 설명이다.
FC HBA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구매자 선택권 제한, 품질 저하, 혁신 저해 등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10년간 경쟁사 및 신규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호환성을 보장하도록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구체적으로 △경쟁사 등에 대한 호환성 수준을 현재 수준보다 저하 금지 △경쟁사 등에 대한 호환성 수준을 브로드컴 수준보다 저하 금지 △경쟁사 등의 요청이 있는 경 브로드컴 FC HBA 드라이버 소스코드·라이센스 제공 등이다.
브로드컴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심사 의결일로부터 60일 내에 제출해야 한다.
공정위 시정조치는 유럽연합(EU)에서 내린 시정조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현재 해외 경쟁당국 가운데 조건부 승인을 내린 국가는 EU와 한국 뿐이다. 미국, 영국, 일본, 대만 등 9개국은 무조건부 승인을 내렸고, 중국에서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으로부터 FC HBA를 구매해 서버를 제조하거나, 브로드컴 FC HBA가 장착된 서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격 인상 등 국내 사업자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예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