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금융불균형이 여전히 크다. 최근의 주택가격 재상승과 더불어 부동산거품이 확대되고 있다. 사상 최고수준에 근접해있는 주택가격/가계소득비율(PIR)이 거품 과잉을 웅변한다.
아울러 가계부채가 다시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규모에 다가섰고 기업부채 역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다수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거품 축소와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을 이루지 못하였고 그 결과 주요국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가계부채/GDP 비율, 크게 높은 PIR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및 실물 경기 악화로 제2금융권의 대출금 연체도 계속 쌓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등의 국내외 충격이 부동산거품 파열과 대규모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둘째, 국제금융환경이 좋지 않다. 미국 유럽 등의 통화긴축 기조가 오래갈 것으로 보여 국내외 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가계와 기업의 부채원리금 상환 부담을 높이며 특히, 다중채무 가계와 중소기업을 거세게 압박할 것이다. 국제금융시스템의 불안도 잠재해있다.
셋째, 실물경기의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다. 수출이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설비 및 건설 투자 역시 침체되어 있다. 중국 및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원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까지 터졌다. 경기부진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의 재무상황이 가속적으로 나빠지고 충격 복원력이 약해지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위험 요인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2차 부동산가격 급락과 대출 및 PF 부실의 급증으로 제2금융권 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국제통상질서 악화와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하면 이번 금융위기가 일본형 장기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당국의 위험 대응 여력이나 축소 노력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여력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미국 등의 고금리 장기화로 내외 정책금리 역전폭이 당분간 사상 최대수준을 유지할 전망이어서 한국은행은 설령 국내물가가 안정되더라도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릴 수 없다. 국내 외국인자금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가 금융불균형을 누증시킬 우려도 있다.
재정정책 쪽 역시 여건이 녹록지 않다. 감세·경기부진에 따른 세수 악화, 정권 차원의 재정건전화 목표로 재정의 경기 지원 능력이 제한된 가운데 지원 의지도 충분치 않아 보인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특례 보금자리론·PF보증의 도입, 50년만기 주담대의 허용, 금융기관의 금리와 자금운용에 대한 개입 등에서 보듯이 부동산시장의 현상 유지에 골몰해 금융불균형을 키우고 있다.
금융시스템의 건전성과 복원력을 높여 금융위기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정부는 금융불균형의 축소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이례적으로 높은 주택가격과 관련 부채, 향후의 인구감소 전망을 고려할 때 부동산가격을 유지하려는 정책은 비현실적이다. 가격이 점차 추세수준으로 복귀하도록 시장을 관리해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이와 연계해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를 적극적으로 축소해나가야 한다. DSR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여 가계의 차입을 상환능력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부채 만기 연장 및 원리금상환 유예 조치도 계속 연장하기보다는 차입자들의 재무상태를 일시적 유동성 부족인지 또는 구조적 지급불능인지 판별하여 전자는 채무조정 등을 통해 지원하되 후자는 순차적으로 종료, 퇴출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부동산 PF 역시 사업성을 검토해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건설업계도 대대적으로 개혁하여야 한다.
실물경기 안정화에도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수출 회복이 기대 이하인 가운데 민간의 소비 및 투자 여력도 줄고 있어 재정지출 확대가 유일한 경기 부축 방안인 실정이다. 정부는 재정 여력이 허용하는 최대한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 나서야 한다. 대표적으로 공공 주택건설 확대가 경기 회복과 가계부채 억제 및 주택가격 안정에 아울러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