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협업 늘리고 M&A활발…세제 혜택 등 지원 필요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 전 세계 의약품 시장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대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점찍고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연이은 대기업의 바이오 분야 진출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고, 이들이 관련 산업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기존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의 설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위탁개발생산(CDMO), 위탁생산(CMO) 등 특정 분야 외에 신약 개발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실패와 성공을 동시에 경험했던 대기업들이 글로벌 바이오사업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가 성공 모델을 제시한 후 롯데, CJ, GS, OCI 등 주요 기업들이 바이오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과거 대기업들이 제네릭 의약품을 중심으로 도전했던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 등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대기업들의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바이오사업과 기존 제약·바이오기업과의 공존과 관련해 정 원장은 “기존 제약사와 다르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어 경쟁 관계로 보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차별화 전략과 함께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큰 단위의 투자 등으로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자본시장이 취약하던 과거에는 대기업에 투자가 쏠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자본시장이 많이 확대되면서 벤처로 갈 자본이 충분하다”며 “바이오벤처가 전략적인 기회로 삼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기업과 적극 협력관계를 만들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대표는 “신약 개발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대기업에서 처음부터 신약 개발을 표방한다면 10년 이상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우선 CDMO와 같은 캐시카우를 찾고 점점 사업의 비중을 신약 개발로 늘려나가게 될 것”이라며 “제조 기반 사업은 확장에 한계가 있다. 고부가가치인 신약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답습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역량부터 봐야 한다. 경제성 있게 생산하고,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마케팅 싸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쉽지 않은 분야”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상임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은 반도체를 생산했던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CMO에서 CDMO 사업까지 확장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신약을 만드는 등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다. 대기업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바이오텍의 인수합병(M&A) 논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김정현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산업 발전사를 볼 때 M&A를 통해 무형 자산의 가치가 100에서 1000 이상으로 커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승규 상임부회장은 “과감하게 M&A를 할 수 있도록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줘야 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바이오 생태계가 탄탄하게 갖춰질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