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중국사회 모순 일갈한 알레고리

입력 2023-10-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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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로 돌아가다’, 리뤼준 감독, 2022년作>

영화 ‘먼지로 돌아가다’(2022년)는 중국의 신예 리뤼준이 직접 각본·감독하고 초저예산으로 제작한 작품다.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작년 9월 중국 전역 개봉과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인 ‘아이치이’에서도 동시에 서비스되면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던 중, 개봉 2주 만에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갑작스레 사라졌다.

중국은 농촌의 환경 개선과 소득증대를 목표로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농촌진흥전략 5개년 계획’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3연임 대관식이 될 제20차 전대(22년 10월 16일)에 앞서 그 성과를 발표했다. 하필이면 영화의 개봉이 이 시기와 맞물렸다. 정부가 자랑하려던 이 사업의 성과가 무색해질 터였다. 투박한 국가권력이 먼지 쓸어내듯 상영 금지한 작은 영화, 진정 한 줌 먼지 같은 이 작은 영화는 그러나 오늘 거대 중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일단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특별한 알레고리다.

모두가 함께 잘살자는 ‘공동부유’를 국가 비전으로 내세워 온 중국이지만 영화의 배경인 간쑤성 농촌의 현실은 전근대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주인공 황유톄는 40대를 훌쩍 넘긴 독신 소작농이다. 주인이 떠난 빈집에서 혼자 기거하고 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당나귀 한 마리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주와 소작농이 존재한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부르주아를 타파하고 세워졌다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이와 같은 모습은 충격이다. 자본주의 도입 반세기 만에 농촌 상황도 이전의 지배 착취 구조로 되돌아간 것인가?

유톄는 요도 관련 질환으로 소변조차 가리지 못하며 오빠의 집에 얹혀사는 구잉이라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다. 그 과정에서 ‘차이리’라고 하는 지참금을 지불한다. 액수와 상관없이 사실상 인신매매가 온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농촌주거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빈집을 철거하면 보상금을 지급해 준다고 한다. 이에 갑자기 나타난 집주인이 보상금을 받기 위해 하루 만에 집을 비워 달라고 한다. 그는 손수 흙벽돌을 찍어 집짓기에 돌입한다.

그 와중에 극빈층으로 분류된 그에게 지방정부에서 시세의 10분의 1 가격으로 아파트 입주권을 배정해 준다고 한다. 유톄 부부는 제일 가난하지만 좋은 집에 당첨된 운 좋은 사람으로 ‘각색’돼 언론에 보도된다. 그런데 유톄보다 사정이 나은 형이 찾아와 명의를 빌려 달라고 한다. 유톄에게는 입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이 없다. 아파트에서는 당나귀와 닭 등 가축을 키우며 살 수도 없다. 결국 정부는 명분을 챙기고, 아파트로 이득을 보는 것은 유톄의 형이다. 농촌 개발로 기존 집이 철거되고, 그곳에 살던 이들의 터전도 사라진다. 아파트와 흙집의 공존은 중국사회의 제도적 모순과 주택 정책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농사일과 집짓기에 모든 열정을 다 쏟는 우직함과, 몸이 불편한 아내 구잉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유톄의 웅숭깊은 사랑은 감동적이다.

가진 것 없지만 서로 의지하며 소소한 행복과 미래에 대한 소망을 품을 무렵, 돌연한 구잉의 사고사는 너무나 가슴 아프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유톄는 남은 곡식과 돈을 주위에 나눠주고 나귀마저 풀어준 다음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그가 힘겹게 지은 집은 한순간 철거돼 먼지로 돌아간다. 지금 중국에는 1억3000만 채에 이르는 빈 아파트가 존재한다고 한다. 30억 인구가 들어가 살 수 있는 만큼의 집이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유톄와 같은 농민이 들어가 살 만한 일반 주택은 없다. 헝다, 완다, 벽계원 등 굴지의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파산 지경에 내몰린 일이 우연이 아니다. 그 파장이 혹여 우리에게 덮쳐올까 두려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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