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존 먹거리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벗어나 외연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로봇, 인공지능(AI)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꼽은 이래 전폭적인 개발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2024년까지 이 분야에 총 240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 했다. 곧바로 ‘로봇사업화 테스크포스(TF)’를 꾸렸고, 지난해 초 이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인 ‘봇핏(Bot Fit)’을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봇핏은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발표됐던 ‘EX1(젬스힙)’의 정식 명칭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보행보조 장치에 관한 특허를 잇달아 내는 등 출시를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임직원을 상대로 파일럿 체험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봇핏은 옷처럼 입는 단단한 외골격형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이다. 고령자나 장애인이 착용하면 움직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에 근력 강화나 다이어트 기능도 추가해 일반인들까지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봇핏 외에도 돌봄 로봇인 ‘삼성봇 케어’, 집안일을 돕는 가정용 로봇 ‘삼성봇 핸디’, 가게에서 주문, 결제, 서빙을 돕는 ‘삼성봇 서빙’ 등도 발표하기도 했다. 로봇의 일상화를 목표로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투자 역시 전투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590억 원을 들여 로봇 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10.22%를 인수했다. 이후 추가로 280억 원을 더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업체다. 국내 최초로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인 ‘휴보(HUBO)’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이족·사족 보행 로봇과 협동 로봇을 중점으로 개발하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최근 대규모 인재 영입에 나서는 등 사업 기반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균관대학교와 손잡고 AI 특화 인재 양성을 위해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인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 조직인 삼성리서치 주도로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AI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챗GPT 등 생성형 AI가 시장에서 주목받자 기술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연내 GPT 3.5 수준 이상의 LLM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말 기본 서비스를 먼저 공개하고, 내년 초 회새 자식이 포함된 전문 검색 서비스를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부사장은 최근 기고문에서 “생성형 AI는 2016년 알파고 등장 이후 또 다른 가능성으로 초거대 AI 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삼성전자는 40년간 업계를 선도하며 쌓아온 독보적인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할 다양한 메모리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