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용 GPU에서 AI용 반도체로
생성형 AI 열풍, 엔비디아에 호재로 작용
개발자들에게 GPU 프로그래밍 언어 ‘쿠다’ 제공
최근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식당 체인 ‘데니스’도 실리콘밸리 전설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업계를 선도하는 엔비디아의 역사가 이곳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매출 대부분이 게임용 반도체였던 엔비디아는 불과 몇 년 사이에 AI 반도체 업계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엔비디아는 시총 1조 달러(약 1352조 원)를 기록하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 반도체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된 엔비디아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조해 왔다. GPU는 디스플레이 기능을 위해 설계된 반도체로, 동영상·이미지·애니메이션 등의 실행을 원활하게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PC 게임 구동에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GPU는 엔비디아의 오랜 주력 사업이다. GPU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엔비디아는 GPU가 ‘컴퓨터의 두뇌’로 불리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성능 향상에 유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는 GPU의 장점이 구글이나 MS, 아마존에 높이 평가됐고, AI용 반도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부문은 게임용 GPU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 부문 연간 매출액은 2016년 3억39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50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 커졌다. 지난해 게임 부문의 연간 매출액은 120억 달러였다.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챗GPT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열풍’이 불었다. 이러한 상황은 AI 모델 훈련에 적합한 반도체를 보유하고 있었던 엔비디아에 호재였다.
엔비디아가 최근 발표한 2분기(5~7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출하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데이터 부문 매출은 3개월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 부문 매출액이 내년 회계연도 1분기에 6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반도체 제조 외에도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업계의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쿠다(CUDA)’는 엔비디아가 2006년 선보인 GPU 프로그래밍 언어다. 엔비디아가 쿠다를 제공함으로써 개발자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 해결을 위해 GPU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쿠다는 250개의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를 갖게 될 정도로 성장했고, 실질적으로 AI 개발자들이 의지하는 플랫폼이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5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박람회 강연에서 “최근 1년 동안 쿠다 다운로드 횟수가 2500만 번에 달한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쿠다의 라이브러리는 AI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된다”며 “이는 엔비디아가 아닌 시스템은 제공할 수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