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면 관련된 어려움을 토로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대부분의 어르신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으며 거부 의사를 밝힌다. 그러나 반대로 취지가 왜곡되기도 한다. 90세가 넘은 시아버지를 10년째 부양하고 있는 60세 며느리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반드시 본인이 작성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어르신이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신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불편해하셔서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여쭤볼 수 없다고 했다. 이제 살 만큼 사셨으니 그만 돌아가셨으면 좋겠는데, 만약 임종 상황이 다가와 연명치료가 이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한 어르신은 100세 넘은 어머니가 급박하게 임종이 다가왔는데 인공호흡기와 연명치료를 통하여 다시 살아나셨다고, 굳이 병원에서 그렇게까지 치료할 필요가 있느냐며 불만을 호소하였다.
임종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서 죽어야만 하는 ‘의무’로 바뀔 수 있다. “그 정도 사셨으면 됐지 뭘 더 사시려고 그러세요?” “어느 집 어머님은 그런 거 안 한다고 쓰고 오셨다는데 아버님은 안 쓰세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는 분들의 첫 번째 이유는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오래 사는 것이 가족들에게 폐가 되는 상황에서 과연 환자의 온전한 ‘자기결정’이 가능할지 고민해 볼 일이다.
강원남 행복한죽음 웰다잉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