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약·바이오업계의 노력이 사업 구조 재편으로 드러나고 있다. 합병 혹은 분할이란 서로 다른 선택으로 효율은 끌어올리고 리스크는 낮추는 것이 골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3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 여부를 결정한다.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합병계약서가 승인된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로 1조 원의 재원을 마련한 상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 비중이 5%를 넘지 않으면 합병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의 주가는 14만4500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6만4800원으로, 여전히 셀트리온그룹이 제시한 주식매수 청구 가격(셀트리온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7251원)보다 낮다. 합병에 찬성하는 소액주주연대가 주식 구매 캠페인을 펼치는 등 주가 하락 방어에 나섰지만,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1조 원을 넘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합병을 발판으로 개발부터 판매까지 전체 사업 사이클을 일원화하고, 원가경쟁력을 개선해 신약과 신규 모달리티 개발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구사하고, 거래 구조를 단순화해 그간 지적됐던 기업의 투명성도 끌어올린단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개발 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달 ‘21회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합병을 통해 이전부터 준비된 결과를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합병의 당위성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시 주총 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10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다. 합병 기일은 12월 28일이다. 통합 셀트리온은 2030년 매출 12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다음 달 1일 연구·개발(R&D)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를 출범시킨다. 유노비아는 일동제약이 단순 물적분할 방식으로 R&D 부문을 분사해 지분 100%를 갖는다. 일동제약이 보유한 주요 연구개발 자산과 신약 파이프라인을 토대로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진석 전 일동제약 COO와 최성구 전 일동제약 연구개발본부장이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GLP-1RA 등 대사성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소화성 궤양 등 위장관 치료제 후보물질 등이다. 개발은 물론 기술수출을 함께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본업인 전문의약품의 안정적인 실적에도 R&D 투자 등 비용 확대로 적자를 이어왔다.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손실 735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34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 규모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차장 이상 직원의 희망퇴직을 받고 임원 20%를 감축하는 등 고강도 경영쇄신 작업을 시행했다.
유노비아의 분할은 재무구조 개선과 R&D 선순환 체계 구축이란 두 가지 목적을 갖는다. 신약 개발이나 기술수출로 얻는 수익은 모회사인 일동제약과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일동제약은 연내 개발 중인 기술수출을 성사시키겠단 계획을 강조한 바 있어 출범 직후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