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여개 계좌 '서명 복사' 무단개설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계획에 차질 생기나

입력 2023-10-14 08:00 수정 2023-10-1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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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현장검사 종료 후 대구銀 직원 소명 중
소명절차 결과 따라 금융실명법ㆍ내규 위반 여부
임직원ㆍ기관에 대한 금감원 제재 수위 결정될 듯
대구은행 "제도 보완 중…책무구조도 조기 도입할 것"

▲대구은행 수성구 본점 모습. (뉴시스)
▲대구은행 수성구 본점 모습. (뉴시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대구은행 56개 영업점에서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1600여 개의 증권 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한 사실이 확인돼 금융감독원이 엄중히 책임을 묻기로 했기 때문이다. 임직원과 기관 중징계가 예상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14일 금감원에 따르면 전날 대구은행의 증권계좌 부당 개설에 관해 사고를 낸 직원과 관련 임직원에 대해 금융실명법 등 법규 위반과 내부통제 소홀 책임을 엄중히 묻기로 했다.

금감원은 8월 9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대구은행 현장검사를 진행한 결과 2021년 8월 12일부터 올해 7월 31일 사이 대구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신청서 사본을 활용해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예컨대 고객이 직접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개설 신청서를 복사, 출력해 수정 후 B증권사의 증권계좌도 개설한 것이다. B계좌 신청서에는 고객의 자필서명이 빠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대구은행 임원에 대한 중징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이 사고원인으로 대구은행의 과도한 성과 중심 조직 문화와 업무절차ㆍ사후점검 등 내부통제 미비를 지적하면서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제재 가능성도 있다.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17조를 보면 위법ㆍ부당행위 관련 점포가 다수이거나 부서 또는 점포에서 위법ㆍ부당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 금융실명법의 중대한 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에 기관경고를 받을 수 있다. 이번 대구은행의 무단 계좌 개설 사고에는 56개 영업점의 114명의 직원이 가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가 여러 영업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보고 적절한 제재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종 제재 수위는 현재 진행 중인 소명절차 결과에 달렸다. 대구은행은 금감원 현장검사 이후 고객 동의에 대한 소명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고객들 몰래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것은 아니라는 게 대구은행 측 주장이다.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직접 자필서명을 받지 않았을 뿐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했고, 추가 증권계좌 개설에 동의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다만, 소명절차 과정이 복잡해 시간이 걸릴 방침이다. 대구은행 직원들은 고객의 동의가 있었다는 증빙 서류 등을 직접 고객에게 받아 제출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명절차가 끝나야 이번 계좌 무단 개설이 금융실명법 위반인지, 내규 위반인지 여부가 정리되고 금감원이 대구은행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 수시검사의 표준검사처리기간이 152일임을 고려하면 내년 2월 내로 최종 제재 조치가 결정될 예정이다.

"시중은행 전환 요원" 지적에 대구銀 "내부통제 보완 거의 마쳐…인가신청서 충실히 작성할 것"

대구은행의 애초 목표였던 '연내 시중은행 전환'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와 최종 제재 조치 등을 토대로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금융사고 등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제재 조치 등을 참고해 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공식 발표한 7월 당시와 비교하면, 인가 절차나 속도 등에 대한 금융위의 태도가 조심스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12일에는 감독당국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해 별도 점검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대구은행이 내부통제 제도 정비에 집중하느라 시중은행 전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대구은행 측은 금감원 검사 기간 중 이미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된 절차와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보완을 대부분 마쳤다고 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철저한 내부통제 마련을 위해 이사회 하부위원회로 구성된 내부통제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위해 각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도입하는 등 향후 은행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이번 사고와는 별개로 은행장 직속 '시중은행전환추진팀'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TF팀은 사업계획을 세밀하게 수립 중"이라며 "인가신청서를 최대한 충실히 작성해 신청하겠다"고 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 계획은 애초 '9월'에서 '10월 이후'로 밀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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