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사로잡는 공산주의 래퍼 [중국 위기에 나타난 새 정치지형]

입력 2023-10-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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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악화에 불만 고조…“시진핑 퇴진” 시위도
중국 젊은이, 체제 위협하는 ‘시한폭탄’ 될라
선전 위해 ‘방송 불가’ 연예인에 손 내밀어

▲마이크를 잡은 손이 보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이크를 잡은 손이 보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이하 공청단)은 10월 1일 국경일을 맞이해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1800만 명의 팔로워들에게 “오늘날 이 시대의 주인공으로서 우리는 이 신성한 땅에 새로운 전설을 쓸 것이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게시물에는 애국적인 수사가 가득 찬 가사, 마오쩌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 동영상 클립이 포함된 뮤직비디오가 함께 게시됐다.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부분이었으나 곧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중국 유명 힙합 가수 ‘가이(GAI)’였다.

가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방송에 내보낼 수 없는 연예인’으로 분류됐다. 중국 당국이 방송 출연을 허락한 연예인 기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몸에 문신한 연예인을 방송에 쓰거나 힙합·비주류·퇴폐 문화를 추켜세우는 내용을 담지 못하게 했다. 그가 2018년 중국판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서 돌연 중도 하차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으로 관측됐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당시 “중국 래퍼들이 TV쇼에서 퇴출된 이후 중국에서 힙합의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고 평했다.

하지만 신문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가이는 5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현재 공청단에서 MC를 맡고 있으며 당의 선전을 돕고 있다. 공청단은 젊은이들과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가이를 포함한 래퍼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고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그 배경을 설명했다.

▲6월 9일 중국 베이징 한 쇼핑센터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 부스에서 채용 담당자와 지원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6월 9일 중국 베이징 한 쇼핑센터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 부스에서 채용 담당자와 지원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당국이 이들 래퍼에게 손을 내민 이유는 집권당에 대한 중국 청년층의 불만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둔화하고 청년들은 구직난에 허덕이지만 주거비는 하늘을 찌르듯 높다. 지난해 말에는 몇몇 도시에서 청년들이 주도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몇 명의 시위대는 “시진핑 퇴진”을 외치기도 했다. 연애·결혼·내 집 마련·출산을 모두 포기한 ‘4불 청년’이 증가하면서, 중국 젊은층이 공산당 체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청단의 임무는 더욱 막중해졌다. 중국 공산당 산하 최대 청년 조직인 공청단은 14~28세 젊은이들로 구성돼 있다. 청년들에게 사회주의 이념을 가르치고, 공산당의 인재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정치적 관계가 없는 젊은이들에게 당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대외적 임무도 담당하고 있다.

아둥 중국 공청단 제1서기는 6월 “국내외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 속에서 전체 조직의 전반적인 투지와 역량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해진 경영진 축소, 회원에 대한 통제 강화 등 2016년 시작된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공청단의 선전 역량을 강화하는 것 또한 이러한 노력의 큰 부분이며, 가이와 같은 인물들이 이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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