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보이스피싱' 발생하면 은행이 손해배상 한다

입력 2023-10-05 13:37 수정 2023-10-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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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전자금융사기가 발생하면 은행의 자율배상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배상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규정이 없어 모호했던 전자금융사기 보상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기준 마련...은행 과실 인정시 피해액의 최대 50%까지 분담

금융감독원은 5일 19개 국내은행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날 금감원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운영 가이드라인과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구체화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금융회사는 비대면 금융사고로 이용자에게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 피해를 입은 경우 이용자는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 은행의 자율배상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배상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신분증 노출 또는 악성앱 설치에 따른 휴대전화 통제권 상실 등의 경우 이용자의 중과실로 간주해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배상기준은 은행의 사고 예방노력과 이용자의 과실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사고 최종 손해액에 대해 은행이 배상할 책임분담비율 및 배상액을 결정한다.

은행이 비대면 금융거래 시 △스미싱 예방을 위한 악성 앱 탐지체계 도입 여부와 △인증서 등 접근매체를 발급할 때 본인확인이 미흡 했는지 △FDS 룰이 취약해 특이 거래를 탐지하지 못했는지 등 금융사고 예방활동 정도에 따라 분담 수준이 결정된다.

이용자는 신분증 정보, 인증번호 및 이체용 비밀번호를 노출하거나 제공했는지 등 여부에 따라 과실 정도가 결정된다. 이용자가 휴대전화에 신분증 사진이나 비밀번호를 저장해 금융사고로 이어질 경우 피해구제가 제약된다.

예컨대 평소 은행 앱을 사용하지 않던 고령자가 문자메시지로 온 청첩장을 클릭해 악성 앱이 설치됐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신분증 사본이 탈취돼 대포폰이 만들어지면 이용자가 신분증 사본을 휴대전화에 보관한 과실이 인정된다.

은행 측면에서도 앱 사용이 없던 고객에 대해 의심 거래로 탐지하지 않았거나 악성 앱 탐지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사고 예방이 미흡한 것으로 인정돼 은행이 피해액의 20∼50%를 분담하게 된다. 배상 비율 등은 운영이 본격화하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 은행권, 책임 분담 부담 커..."단순 적용 불가능"

금융당국이 추후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법제화 할 가능성을 시사면서 은행권의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현재는 자발적이지만, 최소한 이정도는 꼭 해야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나오면 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의무조항에 대한 제도를 만들 수 있다"면서 "내년에 운영과정을 보면서 법제화 필요성까지 도출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책임 분담을 의무적으로 져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보이스피싱 같은 전자금융사고의 경우 사고 유형이 다양하고 조직적 범죄와 연루된 경우가 많은 만큼, 단순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불법 개통된 핸드폰으로 발생한 거래까지도 은행이 보상해야 하는 점은 불합리하다"며 "금융회사 중 은행만 먼저 적용함으로 인해 타금융권과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은행이 수사기관이 아닌데 이용자의 귀책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피해금액이 다수의 금융회사로 이체되거나 여러 금융회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되는 경우 각 금융회사의 귀책 여부를 개별 회사가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추후 보상과 관련한 분담비율을 자율적으로 구체화한다고는 하지만, 타업권의 협조가 없다면 객관적인 귀책사유나 보상범위 산정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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