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5.9%…성실상환시 금리인하
수요 느는데 공급처는 5곳 불과
서버마비로 이용자 혼선빚기도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0만 원을 빌려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이 매달 오픈런 중이다. 통상 한도 소진 기간은 1~2일 정도였지만 대출 창구가 점차 막히자 지난달부터는 한 시간 만에 한도가 마감되고 있다. 급전창구가 필요한 서민들의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중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이날 오픈한 웰컴저축은행의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5분 만에 한도가 소진됐다. 오픈 시간에 맞춰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지만, 서버가 마비돼 이용자들의 혼선을 빚기도 했다. 같은 날 한도가 풀린 광주은행, 전북은행도 한 시간 만에 마감됐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급전 수요가 커진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정부가 내놓은 정책금융 상품이다. 개인신용평점 하위 10%이면서 연 소득 4500만 원 이하면 6개월 간격으로 최대 500만 원씩 총 1000만 원을 빌릴 수 있다. 상품 금리는 연 15.9%로 성실 상환 시 1년마다 금리가 인하된다. 연체 이력이 있어 대출 심사에서 거절된 사람들도 이용이 가능해 ‘오픈런 대출’이란 별명으로 인기다.
그러나 늘어난 수요에 비해 공급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을 취급하는 금융사는 광주·전북은행, 웰컴·DBㆍ우리금융저축은행 등 5곳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까지 11개 금융기관에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에서 크게 벗어났다.
취급 액수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올해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에 2800억 원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지난달까지 공급액은 약 1900억 원에 그쳐 공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부터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월 20억 원 한도로 공급에 동참했지만, 공급처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면 연간 공급액은 약 2500억 원에 그치고 만다.
대부업체가 신규로 낸 가계대출 규모도 크게 줄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서금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부업계의 가계신용대출 신규 금액은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가계대출 규모는 1조 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4조1000억) 대비 25%에 불과하다.
이들이 대출 창구를 걸어 잠그는 이유는 역마진 우려 때문이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연체될 확률이 높아 대부업체 입장에선 선뜻 공급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민금융의 마지노선이 무너지자 더는 빚을 낼 곳이 없어 신용회복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차주들도 급증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회복을 위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20·30세대는 신규 3만7000건, 재조정 2만5000건으로 6만3000건이 넘는다. 2021년 연간 신청 건의 86%에 달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공급에 어려움이 있는 정책금융상품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행 법정 최고금리 20%는 오히려 서민들을 제도권 내 대출에서 불법 사채시장 등 제도권 밖으로 내몰고 있다”며 “제도권 내 대출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정 최고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