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수시채용 시대, 투명성이 관건

입력 2023-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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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시작되면 대학 재학 중인 4학년 학생 그리고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하반기 대졸신입사원 공개채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삼성과 포스코, CJ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공채를 알렸고 현대차, SK, LG, 효성 등도 일부 계열사를 대상으로 공채를 시작했다.

올 하반기 주요 기업의 채용 소식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아마 더욱 예민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64.6%가 넘는 기업이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도 규모를 이전보다 줄이겠다고 한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저무는 공채시대…수시채용으로 전환

올해 대졸 취업 경쟁률은 81 대 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7 대 1보다 높다. 대기업은 공채제도를 점점 폐지하고 있다. 국내 15대 그룹으로 영역을 넓혀봐도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채용을 하는 기업은 삼성과 포스코, CJ뿐이다. 다른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 수시채용으로의 전환을 알렸다.

대기업의 공채제도는 그동안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환경의 안정성이 지속되던 시기, 대규모로 인력을 선발해 그룹 계열사에 배치하는 채용 및 인사제도는 목적 자체가 효율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방향성, 직무에 대한 적합성이 배제된 채 우수한 성적을 올린 고스펙 지원자만 선발되는 단점 역시 부각되었다.

지원자들이 직무에 대한 이해도보다 자격증, 영어성적 등 스펙 쌓기에만 주력하다 보니 직무와 합격자의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상당수 신입사원이 초기 적응에 실패해 중도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 기업의 시각이다. 과거, 모 대기업의 CEO는 국내 대학 졸업생은 판에 박힌 모습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기업이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이유다. 수시 채용은 계열사의 상황 그리고 직무에 따라 가장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AI는 업종 전체적으로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직무와 기업이 직면한 환경에 따라 가장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바람직한 채용의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채가 불필요한 것인지 우리는 이 지점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공채에서 수시로 전환하는 동안 우리는 제대로 대기업의 공채제도를 고찰하지 못했다. 고민해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취업준비생은 왜 대기업 공채제도를 선호하는가? 둘째, 기업 입장에서 신입사원은 정말 즉시 전력으로 활용 가능한가?

사회는 그리고 어른들은 젊은 구직자가 대기업만 선호한다는 점을 꼬집어 비판한다. 그러나 대학 졸업장이 평생을 따라다니고 사회생활에서 첫 직장의 경력이 평생의 커리어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취업준비생이 대기업만 선호하는 점을 비난할 순 없다. 첫 스타트로 대기업을 끊지 못하면 중간에 대기업의 문을 뚫기는 더욱 어렵다.

사회의 시선이 대기업을 선호하기에 지원자들은 지금도 대기업에 몰리고 있고 그 결과, 그들은 상대적으로 과정의 공정성이 투명한 공채제도를 원한다. 수시채용은 몇 명을 뽑을지 어떤 과정으로 선발할지 계열사마다 다를 수 있어 공정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MZ세대에게 투명한 경쟁과 공정성은 필요충분조건이다.

공채제도는 과연 불필요한 것일까

또 하나 우리가 고민해야 할 영역은 수시채용을 통해 선발된 신입사원이 정말 변화된 환경 그리고 적합한 직무에 배치되어 역량을 곧바로 발휘할 수 있느냐에 있다. 공채제도는 효율성을 위한 제도 이전에 사회생활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예비 사회인을 교육시키고 기업의 문화와 직무에 적합한 인재로 변화시키는 첫걸음이다. 세계적으로 젊은 구직자에게 좋은 일자리는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공채제도를 최소화하기 전에 수시채용의 투명성이 확보되었는지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젊은 구직자들을 대기업으로 자꾸 등 떠미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세상은 변했다고 얘기하지만 우리의 시선 그리고 편견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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