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개막 후 사흘째였던 26일에도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 행진을 이어갔는데요. 사격과 태권도, 유도, 펜싱에서 금메달을 각각 1개씩 수확했습니다.
이날까지 개최국인 중국은 금메달 53개, 은메달 29개, 동메달 13개 등 총 95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딴 메달은 금메달 14개, 은메달 16개, 동메달 19개 등 총 49개로, 종합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일본이 금메달 8개, 은메달 20개, 동메달 19개 등 47개로 3위입니다.
당초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종합 3위를 목표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궁금증이 쏠리기도 했는데요.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2위를 차지한 경험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모두 종합 2위를 차지했죠.
아시안게임은 사실상 한국, 중국, 일본의 3파전입니다. 한국은 그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과 ‘투톱’ 구도를 형성해왔는데요. 한국이 2위를 내준 건 일본이 개최한 1994년 히로시마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당 대회뿐입니다.
즉 이번 대회를 앞두고 2위가 아닌 3위를 목표로 삼겠다고 밝힌 건 일본을 넘어설 수 없다고 인정한 셈인데요. 일본이 최근 엘리트 체육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한 것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본은 생활체육의 저변이 잘 깔려 있는데, 2020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엘리트 체육으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겁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달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에서 “우리의 (2위 경쟁) 상대는 일본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치르면서 우리보다 10배 정도 더 많은 투자를 했다. 그래도 지금은 우리가 그 격차를 많이 줄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현재 한국 선수단은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흘리는 구슬땀에 국민의 응원 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데요. 현재 한국이 목에 건 메달과 남은 경기,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한국은 26일까지 사격, 태권도, 유도, 펜싱 부문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은메달은 우슈, 럭비, 수영, 탁구, 사이클링 트랙에서 나왔고, 동메달은 사격, 유도, 수영, 태권도가 거머쥐었죠.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간 선수들도 많았지만, 위기를 딛고 고전 끝에 승리를 따낸 선수들도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요. 특히 태권도 경기가 벅찬 환호성을 자아냈습니다.
한국은 태권도의 종주국이지만, 사실 이번 대회 전망은 밝지 않았습니다. 한류 열풍을 타고 태권도의 국제 저변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국가 간 실력 차가 평준화되면서 태권도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곤 했는데요. 특히 과거 출전하는 종목마다 메달을 휩쓸었던 여자대표팀은 언제부턴가 부진의 늪에 빠졌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5개 금메달 중 단 1개(이다빈·여자 67㎏ 초과급)를 따내는 데 그쳤죠.
이에 이번 대회 개막 전, 겨루기에서 3개 정도의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는데요. 이마저도 모두 남자대표팀, 혼성 단체전에서 나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 박혜진(고양시청)의 우승으로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한 겁니다.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겨루기 개인전에선 태권도 여자대표팀의 박혜진(고양시청)이 여자 53kg급에서 우승했습니다. 본인(167㎝)보다 13㎝나 큰 대만의 린웨이준을 라운드 점수 2-1로 꺾었죠. 전날 남자 58㎏급 장준에 이어 겨루기에서 두 번째로 나온 금메달인데요. 이로써 한국은 26일까지 품새 종목에서 2개, 겨루기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목표에 근접하게 됐습니다.
이날 다른 종목에서도 금메달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사격에서는 정유진(청주시청)·하광철(부산시청)·곽용빈(충남체육회)이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혼합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는데요. 이는 하루 전 남자 10m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 금메달에 이은 이틀 연속 금메달입니다.
여자 유도에서는 김하윤(안산시청)이 금메달을 땄습니다. 여자 78㎏에 출전한 김하윤은 결승에서 쉬스옌(중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는데요. 이번 대회 유도 부문에서 나온 한국의 유일한 금메달이자, 여자 최중량급인 78㎏ 이상급에서 나온 한국의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입니다.
펜싱에서는 윤지수(서울시청)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투수였던 윤학길의 딸로도 잘 알려진 윤지수는 여자 사브르 결승에서 사오야치(중국)를 15-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죠.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사브르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던 그는 개인전에서의 첫 메달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금빛 물결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바둑과 골프, 양궁, 배드민턴, 남자 축구 등 한국이 유력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는 종목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한국 바둑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걸린 3개의 금메달을 모두 따내겠다는 목표로 출전 중입니다. 남자개인전에 출전한 신진서, 박정환 9단이 각각 조 1, 2위로 예선을 통과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습니다. 골프도 아시안게임에서 강한데요. 특히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 땐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싹쓸이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아쉽게도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는데요. 남자부 개인전에선 오승택이 은메달, 단체전에선 동메달을 땄고, 여자부는 단체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죠.
양궁은 세계 최강입니다. 라인업부터 화려한데요. 남자부엔 도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오진혁(현대제철)에 이우석(코오롱)이 있고, 여자부엔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광주여대)과 강채영(현대모비스), 최미선(광주은행), 그리고 올해 에이스로 거듭난 임시현(한국체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성훈 총감독은 “아시안게임은 올해 가장 중요한 대회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더 강해진 양궁 대표팀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죠.
한국의 전통적인 ‘메달밭’ 배드민턴에서는 올해 전영오픈과 세계선수권 등 9개 대회의 금메달을 휩쓸며 여자 단식 ‘챔피언’ 자리에 오른 안세영(삼성생명)이 메달 사냥에 나섭니다. 한국 배드민턴은 2002년 부산 대회 때 단체전과 개인전의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경험이 있는데요. 이후 세대교체로 진통을 겪다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에 ‘아시안게임 노메달’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이에 절치부심한 대표팀은 선수 양성에 몰두했고, 한국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안세영을 선두로 내세워 설욕에 나섭니다.
추석 연휴 첫날인 28일에는 바둑에서 남자 개인전 준결승, 결승 및 동메달 결정전이 진행됩니다. 또 e스포츠 LoL 준결승전도 열리는데, 가장 강력한 우승 라이벌인 중국과 맞붙습니다. 이에 사실상 결승전이라는 말도 나오죠. 29일에는 LOL과 수영 자유형 400m 결승전이 열리고, 양궁은 다음 달 1일 예선을 거쳐 6일 남녀 단체, 7일 남녀 개인전을 진행합니다. 배드민턴은 다음 달 1일 남녀 단체전과 6일 여자복식, 7일 남녀 개인전과 남자복식, 혼합복식 결승이 진행됩니다.
또 다음 달 7일에는 야구, 남자 축구, 여자 배구 등 각종 구기 종목 메달 결정전이 펼쳐지는데요.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남자 축구는 대회 최초 3연패라는 기록에 도전합니다. 조별리그에서는 쿠웨이트(9-0 승), 태국(4-0 승), 바레인(3-0 승)을 차례로 만나 무실점 3연승을 기록하며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해, 열띤 함성을 자아낸 바 있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눈코 뜰 새 없이 활발히 진행되는데요. 긴 추석 연휴가 지루하다면,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응원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