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여유라도 있지, 우린 좀비기업 신세[“파티는 끝났다”[허리띠 죄는 기업들]③

입력 2023-10-03 12:00 수정 2024-04-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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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비중 추이
▲한계기업 비중 추이
인천에 있는 중소 부품 제조기업 A사는 최근 시중은행에 대출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가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은행 측에서 “지금 신용으로는 만기 연장도 어렵고, 연장하더라도 최고 수준의 금리 적용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부분적으로 원금 상환을 할 경우에만 가능한 조건이었다. A사 관계자는 “자금 상황이 어려워져 은행의 요구대로 연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앞으로 쌓일 이자가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치솟는 금리와 침체한 경기로 한계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 상장 기업들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12.69%로 작년 말 대비 0.06%포인트(p%) 증가했다. 분석대상 615곳 기업 중 반기 순이익 흑자기업은 469사(76.26%)로 전년 동기 495사에서 26사 줄었다. 적자기업은 작년 동기 120사에서 146사로 늘었다. 부채비율 상위 20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1170.93%에 달한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은 더 암울하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높아졌지만, 민간소비(전기대비 -0.1%), 건설투자(-0.3%), 설비투자(-0.2%), 수출(-1.8%) 등 모든 수요부문이 일제히 감소했다.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률로 평가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예상했던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약화하고 있다”며 “고물가·고금리로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침체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출 침체가 장기화하고, 소비가 경제 안전판 역할을 못한다면 ‘L자형’ 장기 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금리 부담에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이 3년 이상 지속한 한계기업은 지난해 14.6%로 2018년 대비 4.6%p 증가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성장 과정의 양극화, 장기간 불황에 따른 체력 저하, 트렌드 변화의 부적응, 높은 차입금 의존도 등 열위 기업의 정상화 제한으로 한계기업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국내은행 건전성 위협 요인 및 향후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최근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이 점차 증가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아졌다”며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이들이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도 크게 높아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금융업을 제외한 글로벌 기업 7689개사에 대한 퀵(QUICK)·팩트세트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올해 4~6월 기업들의 유이자부채 잔액이 총 12조7581억 달러(1경 6929조9987억 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8년 10~12월에 기록한 6조6000억 달러에서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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