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들 "장례는 고인 추모와 더불어 남은 자들 치유하는 과정"
이날 만난 장례지도학과 3학년 전관호(남·23)·윤주노(남·23) 씨는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장례지도학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장례지도학과를 선택한 주된 이유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장례 수요 증가다. 취업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었다. 전 씨는 "어머니는 좀 걱정하셨다. 아버지는 차라리 잘 됐다며 진로를 확실히 정해서 밀고 가는 것도 괜찮다며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물론 '죽음' 자체에 대한 관심도 있었다. 윤 씨는 "한국에선 죽음을 터부시하고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생각하기 싫은 주제를 그냥 벽장 안에 넣어 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며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벽장 문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례지도학과를 전공했다고 반드시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건 아니다. 진로는 다양하다. 최근 장례를 경영학과 융합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장례 관련 서비스를 공급하는 장례기획자 등도 유망한 직업이다.
윤 씨는 "장례사회학이라는 과목이 있다. 일반인들에게 장례 관련 지식을 전파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교육적인 측면을 배우는 과목"이라며 "언젠가 나도 장례문화를 전파하고 사회 인식의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씨는 "장사행정학이 흥미로웠다. 수업 과제로 서울시 추모공원 건립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조사했다"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시민들이 장례 관련 시설에 대한 인식이 나쁘더라. 갈등의 원인부터 해결 과정 등을 공부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소개했다.
일부 재학생들은 장례식장 실습으로 시신 메이크업 등 고인의 존엄성을 높이고, 유가족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장례전문인을 꿈꾸고 있다.
전 씨는 "실습 과정 중에 결관(結棺)이라는 작업이 있다. 시신을 입관한 관을 운반하기 편하도록 묶는 일인데, 두 사람이 호흡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끈이 다 풀린다"며 "발인 때 끈이 헐거워져 풀리면 관이나 시신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아주 중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탈가족화,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무연고 사망자 급증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대개 시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
윤 씨는 "실습하면서 무연고 사망자들을 만날 때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시신의 보존 상태나 위생적인 부분 때문에 힘든 면도 있는데, 사실 이게 사회적인 문제이지 않나. 사회적인 문제라고 하면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직접 경험하니 심리적으로 착잡해지더라. 이런 분들을 위해서 우리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윤 씨는 "롤랑 바르트가 쓴 '애도일기'를 보고 많은 걸 느꼈다. 바르트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쓴 일기들을 엮은 책인데,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에 너무 슬퍼하던 바르트가 결국 글쓰기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고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순간을 엿볼 수 있다"며 "죽음을 너무 슬퍼하지 말고, 그것을 자연스럽고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례는 그런 태도를 함양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전 씨는 "장례는 고인을 떠나보내면서 슬픔도 함께 떠나보내는 거다. 언제까지 슬퍼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장례는 고인을 추모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남은 자들을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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