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생활형숙박시설(생숙) 준주택 인정 요구에 선을 그었다. 다음 달 14일 예정된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 기간만 2024년 말까지로 연장됐다. 전국 생숙의 약 73%(13만7000실)이 여전히 불법 낙인을 앞둔 셈이다. 전문가는 국토교통부의 정확한 생숙 주거 현황 파악과 소급입법에 따른 재산권 침해 문제 등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25일 국토부는 내년 말까지 생숙 숙박업 신고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다음 달 14일 이후 예정된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변경하는 특례는 예정대로 다음 달 14일 종료한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생숙을 숙박시설로 사용하려는 소유자들이 여건별로 숙박업 신고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실거주 임차인의 잔여 임대 기간, 생숙 관련 제도개선 논의에 필요한 기간 등을 종합 고려한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번 조치는 이행강제금 부과 시기를 1년여 유예한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의 원칙은 생숙은 여전히 숙박시설이라는 것”이라며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수 있는 특례기간을 줬는데 이를 보고 (다른 분양자들이) 주택으로 용도를 바꿔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컸지만, 정부는 숙박시설로 계속 관리하겠다는 것을 이번에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생숙 수분양자들이 요구한 ‘준주택’(오피스텔·고시원·기숙사 등) 전환 요구도 사실상 불가 원칙을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생숙이 준주택으로 인정된다면 불법으로 활용되는 농막 등 불법주택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준주택과 구분해 분양하는 콘도 역시 숙박시설인데 (생숙을 인정하면) 콘도 숙박도 준주택이 인정된다. 이러면 법 원칙이 흐트러진다”고 했다.
국토부가 생숙의 숙박시설 전환을 고수한 만큼 향후 생숙에 거주하는 수분양자와 정부 간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토부가 집계한 숙박업 미신고 생숙 규모는 4만9000실에 달한다. 2021년 12월 이전 사용승인을 완료한 9만6000실의 절반 이상이다. 여기에 2021년 12월 이후 사용 승인을 얻은 신규 생숙 약 9만 실까지 더하면 약 14만 실이 이행강제금 부과 ‘폭탄’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생숙 준주택 전환 불가 방침에 전문가들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오피스텔처럼 생숙을 준주택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이에 대비해 국토부가 선제적으로 생숙의 주거 형태와 규모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거 오피스텔도 준주택으로 편입한 뒤 인구 통계 등에서 제외해서 인천 송도나 경기 하남 등 신도시에서 학교와 기반시설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했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이번 대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일종의 법의 사각지대에서 공급된 주택인데 이를 양성화하지 못하면, 초소형 주거 유형이 공급되는 데 한계가 있다. 주택법 개정 등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측면과 관련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생숙의 준주택 규제 완화를 통한 주거 공급대체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생숙의 주거용도 전환은 오피스텔과 복합 건설된 일부 지역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10월부터 2027년까지 입주를 앞둔 생숙은 전국에 2만7726실 규모이므로 해당 사업장에 대한 추가 계도와 사용승인 시 숙박업 신고동의서 제출 의무화 등 조치가 필요할 전망”이라고 했다.
한편, 생숙은 외국 관광객 등 장기체류숙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된 취사 가능한 숙박시설이다. 2017년 이후 부동산 경기 상승기에 주택 관련 규제(세제·청약·전매·대출 등)가 없는 주택 대체 시설로 활용되며 공급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