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선 수율 맞출지 의문
인텔이 초미세공정 싸움에 뛰어들면서 TSMC, 삼성전자 ‘양강 체제’에 도전장을 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 행사 ‘인텔 이노베이션 2023’에서 1.8나노미터(㎚ㆍ1㎚=10억분의 1m)급인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깜짝 공개했다.
㎚는 반도체 선폭(회로의 폭)을 뜻한다. ㎚ 앞에 붙은 숫자가 작은 공정일수록 고성능ㆍ저전력ㆍ초소형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인텔 18A 공정은 ‘리본펫’이라고 부르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활용한다. 현재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나노다.
7나노를 생산 중인 인텔은 올해 연말에 3나노 양산에 돌입하고, 내년 1분기에는 첫 1.8나노 웨이퍼를 생산 설비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인텔 경영진은 인텔의 생산 능력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에 필적할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에릭슨 등 주요 고객사가 첨단 공정을 활용할 예정”이라며 “인텔이 제시했던 4년 내 5단계 공정 도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중으로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인텔이 2나노 이하 양산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 TSMC와 삼성전자의 2나노 양산 목표 시기는 2025년이다.
한때 인텔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최대 강자로서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경쟁자들에 뒤처졌고 이후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의 양강 체제로 굳어졌다. 그러던 인텔은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공식화하며 미국 애리조나주 파운드리 공장 건설 등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인텔의 야심 찬 계획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당장 내년 1분기부터 1.8나노 양산이 가능할지 대해서도 부정적인 관측이 나온다. 1.8나노급을 생산하려면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인 하이 NA가 필요한데, 아직 인텔이 이 장비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TSMC와 삼성전자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2나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말 3나노 양산을 시작한 TSMC는 2나노 공정 반도체의 시범 생산 준비에 착수했으며, 연내 2나노 제품을 소량으로 시범 생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나노를 2025년, 1.4나노 공정을 2027년부터 각각 양산에 들어가겠다고 지난해 10월 선언했다. 올해 6월에는 TSMC보다 한발 먼저 구체적인 2나노 이하 공정 로드맵을 발표하며 기술력으로 TSMC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파운드리를 다시 한다고 선포했지만, 안정적 수율과 사업성까지 갖추기엔 내년 1분기는 촉박한 일정”이라며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18A 웨이퍼 시제품을 공개했지만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