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중국 경기 부진과 맞물려 수출은 반등이 늦춰지고 있고, 고금리·고유가 악재도 고개를 들고 있다.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7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5.5% 줄었다. 아직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콜롬비아를 제외한 OECD 37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50.2%), 에스토니아(-19.4%), 리투아니아(-16.4%)에 이어 네 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소위 ‘3050 클럽’ 7개국 중에서는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 12월(-10.1%)과 올해 1월(-15.8%)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컸다. 이후 둔화세 지속에도 여전히 OECD 회원국 중에선 감소 폭 상위권이다.
수출 부진의 가장 큰 배경은 중국과 교역 부진이다. 올해 1~7월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과 총수출액에서 중국 비중은 각각 20.9%, 19.6%였다.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절반 가까이 중국에 팔리고 있다. 중국의 경기 부진은 한국의 수출액 감소로 직결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7월 누계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5.9% 줄었다. 이 기간 총수출액은 13.0% 줄었다. 총수출액 감소분의 40%가량은 대중국 수출액 감소분이다.
중국을 글로벌 핵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경제안보 전략까지 고려하면, 무역에서 높은 중국 의존도는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고금리도 하방요인 중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주 장기적인 고금리를 예고했다. 이에 글로벌 채권금리는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각별한 경계심을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부채가 거시경제 부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차주의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외형 확대 경쟁이나 과잉 대출을 차단해달라”고 주문했다.
국제유가 상승세도 부담스럽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올해 초 70달러대로 떨어졌으나,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다시 우상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지난주 평균 가격은 배럴당 94.4달러였다. 투자은행 JP모건은 북해 브렌트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내년 90~110달러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 고금리·고유가 영향이 확대되면 상반기 부진하고 하반기 반등하는 ‘상저하고’ 시나리오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OECD는 1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주요국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가운데, 한국에 대해선 1.5%를 유지했다. 6월 1.3%였던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보다 높은 1.8%로 올려 잡았다.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OECD 평균 이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2021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였던 2020년 호성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낮아졌으나, 지난해부턴 이런 기저효과도 없다. 성장률 자체가 우리 경제의 성적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