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지났다. 중국은 부동산 업체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로 촉발된 ‘경제 쇼크’ 공포가 불었고, 미국에서는 공실률이 높아진 상업용 부동산이 금융리스크 뇌관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선 건설업을 두고 부실화 우려가 다시 고래를 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위기 직후처럼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인해 국내 건설사 전반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시 신용등급 하향 기조는 시장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1개 건설사의 8월 말 기준 정비사업(9조7000억 원)을 제외한 PF우발채무 규모는 22조8000억 원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6월 말 대비 약 29% 증가한 규모다.
업황 저하로 기존 PF 차환시 건설사들에 추가적인 신용보강이 요구되며 우발채무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금성자산 등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유동성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기평은 “금융위기 직후 PF로 인해 부실화에 이르렀던 업체들의 현금성자산 대비 PF우발채무는 약 25배였던 반면, 올해 상반기 21개사의 현금성자산 대비 PF우발채무는 등급군을 막론하고 1배 내외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금융기관이 PF 관련 익스포저를 축소한다면 우발채무 리스크는 높아질 수 있어 자기자본이 낮은 수준인 저축은행·캐피탈 및 대주를 특정하기 어려운 건설사 신용보강 시장성 유동화증권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한기평은 7월 미분양주택수가 6만3000호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추세적 반전을 예단하기 이르다고 평가했다. 특례보금자리론(한도 40조 원)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유동성공급, 전년 대비 30% 수준에 불과한 신규 분양물량 등이 부동산 시장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지만, 이를 분양경기의 개선으로 확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한기평은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화정 붕괴사고, GS건설의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이 기업 신용도뿐만 아니라 건설업 전반의 자금조달 환경과 투자위험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평은 “국토교통부의 대응 및 안전사고·중대재해 관련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안 등을 감안시 시공 관련 이슈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 신용등급 하향 기조는 시장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봤다. 한기평은 “2012~2013년 당시 등급 하향 사례를 보면 과중한 미분양에 따른 영향으로 공사대금 회수가 차질을 빚으면서 이와 관련한 대규모 대손상각이 발생했고, 이는 수익성 급락과 재무부담으로 확대됐다”며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업 신용등급 하향 추이가 금융위기 직후보다는 2012년의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의 위기대응능력은 분명 개선됐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격한 자금시장 경색 상황에서도 과거 대비 개선된 유동성 대응능력을 보여줬고, 미분양 등에 따른 운전자본부담에 대비해 최대한의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건설업의 너무 많은 변수가 외부에 존재한다”며 “지금은 금융기관에, 분양성과는 부동산 정책에 달려있고, 원가마저도 건설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은 제한적이다”라고 했다.
한기평은 “건설사를 둘러싼 외부 변수들간의 긴밀한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