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인권 보호 논의가 엉뚱하게 ‘아동복지법’ 개정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원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 금지규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위는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정서적 학대행위 금지)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행위를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교권 4법’으로 불리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개정안에 처리에 더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 금지 조항을 개정 또는 폐지해달라는 교원단체의 요구를 수용해 일부 의원들이 개정안을 냈다.
다만, 이런 요구가 실제 아동복지법 개정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정서적 학대행위 사례 중 가정과 교육현장에서 모두 발생 가능한 유형은 언어폭력, 비교·차별·편애, 따돌림 또는 따돌림 조장, 다른 아동에 대한 학대 강요다. 아동의 ‘심기’가 아닌 어른의 ‘행위’가 학대 판단기준이다. 학생생활지도 행위임을 이유로 이들 행위에 대한 교사의 책임을 면제하면 똑같은 행위를 한 부모는 처벌받고 교사는 처벌받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는 욕설·폭언, 모욕·망신 주기 등이 있다.
같은 이유로 복지위는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정리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교사 면책을 주장하는 쪽도 있지만, 아동을 보호·지원이라는 아동복지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특정 직업에 예외를 두는 건 옳지 않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전했다.
특히 정서적 학대행위에는 잠을 재우지 않거나 벌거벗겨 내쫓는 행위,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행위, 미성년자 출입금지 업소에 아동을 데리고 다니는 행위, 감금·약취·유인을 강요하거나 노동을 착취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지난해 아동학대 판단 건수(2만7971건)의 38%(1만632건)를 차지할 만큼 빈번하다. 형평성을 이유로 교사 면책 논의가 제17조 5호 폐지 논의까지 이어지면, 광범위한 아동학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에 의한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고발은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어도 교육부·교육청의 적극적인 법률지원과 교사 보호조치로 대응 가능하지만, 아동학대 피해자들은 법을 통해서만 보호받을 수 있다.
아동권리학회 등 14개 학회는 19일 연합성명에서 “최근 학교현장에서 발생한 비통한 사건들의 근본적 원인은 가해자의 부적절한 민원이고, 이에 대한 학교·교육당국의 미흡한 대응과 지원체계”라며 “대책의 방향과 방법이 아동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한다면 아동권리 보장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