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투자설명회(IR)를 마치고 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건전성 감독과 규제완화의 조화를 직원들에 당부했다. IR에서 규제완화 시그널을 연달아 보낸 후 감독 기능이 떨어질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런던IR 후 첫 임원회의에서 “금감원의 건전성 시스템 리스크 감독 업무는 규제완화와 별개라고 생각하기 쉽다”라며 “두 업무가 조화를 이뤄야 금융혁신과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므로 시야를 넓게 보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에서 우리 금융회사와 감독행정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서 이 원장은 런던을 찾아 국내 금융사들에 대해 주주친화정책 자율성을 보장하고 해외 자회사 인수나 해외 투자 등에 관한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감독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관련 규정이나 내부 시스템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금융사들에게 감독 완화 기조를 약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의 계속되는 규제완화 발언에 금융사 주(株)가 급등하는 등 시장에서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주는 지난주 전주 대비 5.9% 상승해 코스피 상승률(2.1%) 대비 큰폭의 초과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리스크 감독 기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감독기구 수장이 규제완화를 연일 강조한 게 감독기구 역할과 상충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이 원장은 감독과 규제완화 카드를 동시에 쓰고 있다. 해외 투자를 위한 규제완화는 강조하면서도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검사는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 실태를 비롯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규제 준수여부, 여신심사의 적정성, 가계대출 영업전략 등 가계대출 취급 실태 전반을 살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규제를 완화할 경우 금융시장의 공정성이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라며 “그럴 가능성이 있는 업무·행위를 적절히 규제·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