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인플레 자극 우려
연준 긴축 장기화할 수도
“미국 범피랜딩·유로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배럴당 100달러(약 13만 원)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78% 오른 배럴당 91.48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1월물 가격도 0.53% 상승한 배럴당 94.43달러에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감산 조치를 연장하기로 하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저점인 3월 대비 30% 넘게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계절적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석유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유회사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에너지어스펙츠의 암리타 센 수석 애널리스트도 “유가가 단기적으로 100달러까지 가는 것은 확실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원유 현물 가격은 이미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산 원유 콰이보에(Qua Iboe)는 이날 100달러를 돌파했으며 말레이시아산 타피스 원유는 지난주 101.30달러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이러한 고유가가 가까스로 잡혀가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세계 경제와 증시를 짓누를 수 있다는 점이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포함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끌어올린다. 또 늘어난 제조비와 수송비 부담이 수개월에 걸쳐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결과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다른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를 불러올 수 있다.
‘닥터 둠’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유가와 물가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며 “미국증시가 올해 1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경제 상황과 유가 상승, 여전히 끈적한 인플레이션,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의 긴축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주식시장의 조정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이외 다른 나라의 상황은 훨씬 더 나쁘다”며 “이들 지역의 주가 하락 폭은 10%보다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이 ‘범피랜딩(덜컹덜컹 흔들리고 고르지 않은 착륙)’ 가능성이 있다면 영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은 경기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곧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관련해서는 “완전한 오해”라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으며 전체 인플레이션도 높아지고 있다”며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 시점은 일러야 내년 중반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