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방법론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시작할 때는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해결하려는 것과 비슷한 문제를 오랜 기간 풀어보면서 체득한 지혜를 모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론을 그대로 따른다고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에 따라, 조직의 상황에 따라 변주가 필요하다.
2년 전에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이라는 책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통제와 규정은 무능력한 직원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는 과감한 메시지와 함께 입소문을 탔는데, 요약하면 서로 솔직하고, 어떤 의사결정도 승인받을 필요 없는 환경에서 최상의 성과가 난다는 것이다. 책에 깊이 감명받은 몇몇 스타트업 대표들은 회사 내부 규정을 없앴다.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취지로 식대 규정을 없애고 무제한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점심으로 오마카세를 먹는 직원들과, 무슨 업무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직원들이 늘어나자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고 어차피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회사에 대한 원망만이 남았다. 솔직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피드백 문화는 직원들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방법론을 차용할 때는 회사의 상황에 맞게 조율하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례로 어떤 회사가 스크럼 프레임워크를 차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면, 일부러 스크럼을 스크럼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스크럼을 따른다”고 공표하는 순간, ‘스크럼이란 마땅히 이래야 한다’, ‘지금 하는 건 스크럼이 아니다’ 같은 식으로 불필요한 데에 힘을 쓰는 사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이 아닌 도구에 집착하는 순간, 일을 더 잘하려고 도입한 프레임워크가 오히려 생산성을 더 떨어뜨리게 된다.
업무 방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면 일을 못 할 수밖에 없다. 일을 잘하려면 끊임없이 일을 더 잘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시도해 봐야 한다. 주어진 업무 매뉴얼에 따라 일하면 마음이야 편하겠지만, 그 업무 매뉴얼도 전임자가 잘하기 위해 고심하여 만든 결과물일 뿐 무조건 따라 하면 되는 절대불변의 지침서가 아니다.
스타트업은 기존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끊임없이 탐구하는 조직이다. 그러니 스타트업을 구성하는 한 명 한 명이 주어진 일을 더 잘할 방법이 없는지 깊이 있게 고민하고 실행해 봐야 한다. 일의 본질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빼야 한다. 남들이 가지 못한 마지막 한 걸음을 떼야 한다. 고민의 시간, 시행착오의 경험만이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말자. 스타트업 성공에 ‘은 총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