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 확보·외연 확장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 싸움' 예고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수년간 자리싸움을 하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또한 최고경영자(CEO)들의 공격적인 M&A 전략이 바탕이 됐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도 비은행 부문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매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5대 금융그룹 수장들의 세대 교체가 마무리되면서 M&A 시장에서 CEO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두뇌 싸움이 예고된다. 성장 동력과 외형 확장을 위해 비은행 부문 M&A가 필수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M&A에 통찰력 있는 리더가 리딩금융 경쟁에서 승기를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13일(현지시간) 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IR)에서 해외사업 분야 M&A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으로 해외사업에서 차별화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진 회장은 “해외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M&A를 통한 현지 시장 강화 방안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KB금융과의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수년간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여왔다. 두 금융지주의 성패는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KB금융에 3700억 원 뒤처졌다. 진 회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M&A 영역을 넓혀 질적인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다졌다.
KB금융의 양종희 내정자도 M&A에 ‘찐’이다. 그는 ‘비금융’ 강화를 밝혔다. 금융업과 관련해 사실상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만큼 디지털과 혁신금융 강화를 위해 새로운 산업과 융합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양 내정자는 최종 후보로 선정된 뒤 첫 출근길에서 “금융기관뿐 아니라 앞으로는 비금융조차도 함께 갈 수 있는 금융그룹화가 되고 있으니 그런 측면에서 (비금융사의) M&A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5대 금융지주 중 M&A가 가장 절실한 곳은 우리금융이다. 특히 임종룡 회장은 농협금융 회장 재직 시절인 2013년 12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등 성공적인 M&A 경험을 갖고 있어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다.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아서다. 실제 임 회장은 3월 취임과 동시에 증권사 인수를 선언했다. 임 회장은 취임 후 첫 공식석상에서 “증권사 신설 대신 M&A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다만, 증권사가 최우선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보험사 M&A를 먼저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권사보다 매물이 풍족한 보험사 M&A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현재 KDB생명 등 M&A를 추진 중이다. 수익 다각화를 위해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강조하고 있다. 그룹의 이익기여도가 은행에 쏠려 있는 만큼 이를 다른 계열사로 분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그룹 이익기여도에서 85%를 차지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도 숙제가 있다. 농협금융은 은행과 보험, 증권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비은행 계열사들의 수익 비중은 낮다. 자산 규모 대비 수익창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사업, M&A 등으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