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사용처가 많고,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 제법 쏠쏠하다는 평가가 많아 구매 때마다 불티나게 팔린다.
최근 지역화폐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 전액을 삭감한 게 발단이다. 정부의 돈줄 끊기가 골목상권 매출에 직격탄을 입힐 것이라고 보는 소상공인들의 실망감이 상당하다.
현 정부가 지역화폐에 제로(0원) 편성을 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건전재정을 이유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깎아냈다. 그나마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불씨가 되살아나 3525억 원 규모의 올해 예산이 부활했지만, 이는 전년 예산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는 여전히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삭감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지역화폐 사업이 동네북 같은 ‘만만한 대상’이 된 것은 현 정부가 해당 사업을 퍼주기식 지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지역화폐 사업을 두고 “현금 살포성 재정중독 사업”으로 대놓고 평가절하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에서 나눠먹기식, 퍼주기식 재정의 폐해를 바로잡겠다며 연구개발(R&D) 예산 3조4000억 원을 덜어낸 것을 보면 지역화폐도 칼날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더군다나 지역화폐 사업은 ‘이재명표’ 정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올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야의 강대강 대치를 가늠할 만 한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 정책의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론이 아쉽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안부가 지역화폐 활성화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며 전 부처에 의견 조회를 했지만 중기부가 이에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역화폐 사업이 행안부의 소관인 데다 부처 간 원론적인 의견 조회의 경우 부동의할 이유가 없으면 의견 회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관가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중기부가 700만 소상공인의 정책의 관할 부처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유감스럽다.
또 지역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의 시점 역시 아쉽다.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는 이해할 만하나 지역화폐 예산 중 국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지자체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은 발행액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골목상권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상공인들의 우려감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이미 지역화폐 인기가 시들해진 지역도 있다. 올해 정부의 국비 삭감으로 혜택이 줄어서다. 내년에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으면 혜택은 더 쪼그라들고, 사업 자체가 백지화 될 수 있다.
최근 고물가ㆍ고금리,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비 부진 등에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크다. 9월 위기설이 근거 없는 풍문이라고 해도 불안감이 팽배하다. 여기다 지방 소도시의 지역경제도 악화하는 추세다. 지역화폐를 지방 재정의 몫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치 프레임이든 경제 프레임이든 지금이 지역화폐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의 고리를 정부가 나서서 약화시킬 적기(適期)인지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