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리터(ℓ) 용량 생수병으로 폭행을 가해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대법원이 생수병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상해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A(47‧남) 씨는 2021년 8월 부산의 본인 집에서 연인 관계인 피해자 B(46‧여) 씨와 다투던 중 생수가 가득 찬 2ℓ짜리 페트병으로 B 씨의 왼쪽 눈 부위를 수회 내리쳐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가한 혐의(특수상해)를 받는다. 또 2021년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만남을 거절하는 B 씨에게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4회 전송하고, 같은 해 11월 13일 퇴근을 기다려 지켜본 혐의(스토킹처벌법 위반)도 있다.
1심은 생수가 가득 찬 2ℓ 용량 페트병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봐 특수상해를 유죄로 판단했다. 스토킹 관련 혐의 역시 인정됐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보호관찰 및 120시간 사회봉사, 80시간 스토킹범죄 재범예방교육 수강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생수가 가득 찬 페트병으로 내리쳤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서 상해죄를 인정했다. 다만 스토킹처벌법 유죄 판단은 유지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 판단에 특수상해죄에서의 ‘위험한 물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