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인도 시장, 가야하지만 쉽지 않은 곳

입력 2023-09-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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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시장’ 보고 접근해선 실패
중앙·지방 다르고 종교장벽 높아
中경험 교훈삼아 단계적 접근을

인도 열풍이 뜨겁다. 인도가 처음에는 중국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다 이제는 중국을 뛰어넘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보다 많은 14억 명의 세계 1위 인구대국,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영국을 능가하는 세계 5위의 경제대국,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무인 탐사선을 보낸 우주과학 강국…. 인도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들이다.

이런 인도의 매력에 이끌려 경제성장이 부진하고 투자여건이 악화한 중국을 탈출한 기업과 자금이 인도로 몰리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서 인도는 중국을 대신해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공장’ 역할을 담당하며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부상할 것이라 기대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이 언론에서는 인도에 관한 기사가 매일 쏟아져 나온다. 인도를 다루는 기사들의 제목은 “이제는 인도, 세계 최대 인구 시장 공략”, “공급망 전환기, 인도의 황금시대 열린다”. “인도의 무한 잠재력에 베팅할 때” 등 상당히 선동적이다. 인도에 투자하기만 하면 장밋빛 미래가 약속되는 낙관론이 난무한다. 무엇인가 데자뷔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바로 중국 시장이 열렸을 때 중국의 잠재력을 칭송하는 표현들을 보는 듯하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후 중국의 인구와 내수시장, 노동력과 인건비, 외국인 투자유치와 고도성장 등의 무한 잠재력에 이끌려 수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중국에 대거 진출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행하였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다 잘 안다.

중국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한 대기업은 SK그룹으로 2010년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중국 사업에 명운을 걸다시피 했다. ‘파부침주’는 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침몰시킨다는 뜻으로 배수진을 치고 결사 항전하겠다는 결의를 상징한다. SK그룹은 당시에 본사를 중국으로 옮긴다는 각오로 올인하였지만 그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그밖에 현대자동차 롯데그룹 등도 중국에 대대적으로 투자했지만, 참패를 경험했다.

그런데 인도를 다시 중국처럼 접근한다? 큰 오산이다. 인도의 매력에만 현혹돼 조급하게 투자하면 중국 진출 실패의 전철을 밟는 꼴이다. 인도는 중국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난해한 시장이다. 인도에 비해 중국은 단순한 시장이라 볼 수 있다. 중국은 소수 민족이 있지만 주로 한족이 다수를 차지하고 언어와 문화도 동질적이다. 중앙집권 정부의 장악력이 강력해 지방정부 간의 정책도 별 차이가 없다. 공산당 정권의 통제력이 높아 경제개발과 인프라 구축도 일사불란하게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인도는 전혀 다르다. 민족이 수백 개이고 언어도 수십 개다. 인도인끼리도 소통이 안 돼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종교적으로 다원화되어 있고 카스트 제도에 따른 신분 차별이 엄격하다. 세밀하게 분화된 인도와 같은 나라를 인구가 14억 명이라고 하나의 큰 시장으로 간주하는 것은 엄청난 오류이다. 제발, 인도를 언급할 때 “세계 최대 인구시장”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기 바란다.

인도는 연방제로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력하며 지방마다 정책이 다르다. 인도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이 중앙정부의 약속을 믿고 지방에 내려갔다 지방정부가 다른 소리 하는 바람에 곤욕 치른 사례는 무수히 많다.

종교는 인도 특유의 투자난관으로 꼽힌다. 외국계 철강회사가 인도에 제철소를 설립하기로 정부의 허가를 받고 부지도 매입하였는데 원주민 부족이 그 땅이 자기네 종교의 성지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오랫동안 착공하지 못한 예도 있다. 부지 소유자로부터 매입해 법적 소유권을 갖고 있지만, 종교적 분쟁은 정부나 법원도 해결해줄 수 없다. 인도에는 신이 하도 많아 신이 안 사는 땅이 없다고 한다. 중국처럼 상해 푸둥이나 광둥성 선전과 같은 신도시를 단기간에 개발하는 것이 인도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정치적으로도 인도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혼합된 양상을 보인다.

영국의 오랜 식민지배로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하면서도 독립 후 그 반작용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지향해 아직도 사회주의적 가치관이 남아 있다. 사회주의적 관습은 노사관계에 적용되어 사용자보다 노동자 권익을 우선시한다. 외국인 기업에는 더 까다로운데 이를 악용하는 노동자의 부당행위가 횡행한다.

그 한 예로 현지 직원에 의한 기술침탈과 사업침해를 들 수 있다. 인도에 생산시설을 투자해 부품을 판매하는 우리 중소기업의 경우 현지 직원이 기술을 익혀 자기 회사를 차리고 유사 부품을 만들어 거래처를 빼앗아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인도 기술자들은 똑똑해 설계도만 봐도 금방 모방해 만들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자 진단기 회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인도에 공장을 설치해 진단기 제품을 생산·판매하지만, 핵심부품은 국내에서 만들어 현지로 보낸다.

인도가 매력적인 시장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매우 이질적이며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섣불리 대대적으로 투자하면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혀 고전하기 십상이다. 처음에는 작고 가볍게 시작해 시장을 배우고 익히며 인내심을 갖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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