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비만이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성조숙증 등 다양한 질환을 발병시킬 수 있는 만큼 조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홍용희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이사(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비만학회 보험·정책 심포지엄’에서 “전 세계적으로 소아·청소년 비만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도비만(BMI 30 이상)이 늘어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식습관, 유전적 문제, 출생 체중, 경제적·교육적 수준, 지역사회 등 다차원적 요인에 따라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외부적 환경 요인도 중요한데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 과당이 잔뜩 들어간 음료를 마시는 것이 한국 10대 아이들의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6~11세의 탄산음료 섭취가 주 1~2회이고 중·고등학생은 주 2~3회로 보고되고 있다.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 식생활도 중요하나 과일 섭취율이 감소하고 있으며, 채소 섭취율도 낮아지고 있다. 홍 이사는 “지역, 부모의 학력,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비만율의 차이가 발생한다. 과일이나 채소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못 먹고 있다는 마음 아픈 조사도 있었다”고 밝혔다.
소아·청소년 시기에 비만일 경우, 나이 들면 키로 간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성인 비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정상 체중 대비 5배 높다. 적정 체중보다 25살에 2형 당뇨병을 앓을 확률은 4배 높다.
홍 이사는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들이 심혈관계 질환, 대사질환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성인기 암 발생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아청소년 시기의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소아·청소년 시기 비만일 경우,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되는 경우도 많다. 홍 이사는 “비만인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다보면 ‘뚱뚱하다고 놀려서 싸웠어요’라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비만 아동에서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 발생 비율도 높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결국 의료비가 증가하게 된다. 소아·청소년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면 건강보험 재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소아·청소년 시기에 정책적으로 관리하는 게 훨씬 이득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 이사는 “소아·청소년 비만의 경우 지방세포 수도 많고, 크기도 커져서 재발이 쉽게 된다. 지방세포가 크게 전에 생활 습관을 호전한다면 교정이 더 쉬울 수 있다”면서 “저출산 시대에 소아·청소년들이 비만 동반 질환, 합병증이 없는 건강한 사회구성원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경곤 대한비만학회 부회장(가천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은 “보건당국에서 비만을 ‘주요 만성질환’으로 인식해줬으면 한다”며 “개인의 문제, 의지력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 비만 약도 가격 통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주유소마다 휘발유 가격이 다른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질병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당국에서 아직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만 치료제로 오젬픽·위고비 등이 개발되고 있지만, 높은 비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 부회장은 “비만 비율이 높은 취약계층에서 비만치료제가 사용돼야 하지만, 결국 부유한 계층이 더 많이 쓴다”며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충분히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정말 정부가 비만을 중요한 만성질환으로 생각한다면 구체적인 정책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소아·청소년 비만과 관련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연희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과장은 “소아·청소년 비만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주의 깊게 들었다. 이쪽에 주안점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부처가 협력해야 하는 사업이다. 단계적으로 우선순위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