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회사를 나가야할 지 고민하는 직원들도 나온다.”
국내 한 증권사에서 부동산 IB를 담당하는 직원의 한탄이다. 부동산 업계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웃음꽃이 피었던 사무실에선 적막함이 감돈다. 부동산 매물건의 셀다운이 진행되지 않아 패널티가 계속 쌓인 탓이다. 새로운 셀다운이 이뤄져야 하는데 올해 초부터 일이 없어 모니터 화면만 쳐다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성과급이 끊긴 데다 IB부문은 1년 단위 계약인 만큼 슬슬 회사를 나가야할지 고민하는 직원들도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들어 관련 업계인들은 공통적으로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가 부동산’이라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보인다’며 입을 모은다. 특히 뇌관은 해외 부동산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해외에서 연이어 부동산 투자 부실, 원금 손실 등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이 투자한 부동산 셀다운 등 매물 만기가 찾아오고 있으나 대응이 쉽지 않은 탓이다. 국내의 경우 금융당국에서 전화를 몇번 돌리면 만기를 연장시키면서 상황을 연기시킬 수 있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는 게 당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금융당국은 위기설을 일축한 상태다. 금감원은 최근 국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전 금융권역 대체투자 점검의 일환으로 국내외 대체투자 현황과 해외 부동산 투자 상세 현황 자료를 요청한 상태로, 전수조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부동산의 경우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건 등에 대한 상황을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모니터링 결과 90조 원에 달하는 보험권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가 ‘경계’ 단계로 나타나자 국내 보험사들에는 해외 대체투자 상황을 점검할 것을 지시하는 등 권고 의사를 밝혔지만 증권사들에는 아직 권고 등 의견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부터 ‘부동산 위기설’이 계속되긴 했지만, 내년초가 위기의 절정이란 우려가 나온다. 해외 부동산 투자건들의 만기가 내년초에 몰린 상황에서 글로벌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충당금을 쌓으며 시장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버티기 전략’에 의존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해당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불안감이 번지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