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 달리 지방은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연립·다세대 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는 전셋값이 현재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떨어지면서 역전세난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일 본지가 부동산 전문가 6인을 설문 조사한 결과 모두 지방 아파트 전셋값이 보합권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4월 103.9를 정점으로 내림세를 타면서 지난달 기준 91.3까지 떨어졌다. 다만 올해 1월부터 하락 폭은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지방 전세가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부족이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지방은 지역 경제가 활성화돼야만 전세수요가 늘어나고 가격도 오를 수 있는데 지금은 지역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시장 전반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낮은 인구 밀도와 적은 일자리, 수도권보다 낮은 개발 수준 등 때문에 전세 시장이 강세를 보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방 아파트의 역전세난 우려가 크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은 당분간 입주물량이 부족하지만, 지방은 공급이 넘치는 곳이 있다"며 "특히, 대구와 부산 등 영남권에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택형태별로 보면 연립·다세대 주택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전세가 보합이나 약세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전셋값에 대해 각각 두 명은 하락, 네 명은 보합을 예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립과 다세대는 아파트보다 선호·수요가 약한데 지금은 매매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아 전세도 오른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세 사기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수요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빌라와 오피스텔의 전세 사기 이슈에 대한 취약성 때문에 전세 수요가 줄고 있다는 점을 보합·하락 전망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윤 전문위원은 "연립·다세대는 아파트의 대체재라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면 임차인이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내년에는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전셋값도 상승할 수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연립·다세대는 부동산 경기 상승의 정점에서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아파트 상승이 선행되지 않으면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