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 ‘이전상장’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포스코DX에 이어 엘앤에프가 코스피 이전상장을 공식화했다. HLB도 이전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비엠은 회사의 부인에도 시장에서 이전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올해에만 이미 SK오션플랜트, 비에이치, NICE평가정보 등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했다.
기업들이 코스피로 옮기려고 하는 이유는 원활한 자금조달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고위험·고수익 시장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국외 자금 유입이 제한적이다. 코스피로 이전하면 외국인과 기관의 패시브 자금 유입과 함께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회사 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다.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90%를 넘어가는 코스닥 시장은 주가 변동폭이 굉장히 커 자금 조달 계획을 짜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전상장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업이 커가면서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다시 코스피로 옮기는 선순환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시장은 인큐베이팅 역할을 한다. 기술특례상장 등을 통해 성장기업을 발굴해 코스닥에 올리고, 코스닥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이 코스피로 다시 옮겨가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코스닥 전체 시장에서 보면 반갑지만은 않다. 덩치 커진 기업들이 계속해서 빠져나가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코스닥 시장 위상은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의 블루칩 기업들을 모아 글로벌 세그먼트를 출범시켰다. 코스닥 시장 레벨업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대어’들이 코스닥에서 빠져나가면 글로벌 세그먼트도 약화할 우려가 있다.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선 시총이 크고 거래가 활발한 ‘스타기업’들이 머물러야 한다. 그렇다고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을 억지로 잡아둘 명분도 없다. 결국, 코스닥 시장이 글로벌 투자시장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도록 ‘레벨업’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마땅히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국내 자본시장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