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자원 풍부, 재해 회복 시스템 필요
농업·식량 피해 심화, 조기 경보 시스템 등 도입해야
에너지 전환, 매년 일자리도 크게 늘릴 것”
27일 본지는 독일 기후정책연구소 클라이밋애널리틱스의 기후과학자인 파하드 사이드 박사와 짐 스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신임 의장, 케빈 트렌버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박사와 함께 세계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문제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이들 전문가는 특히 한국에 대해서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높게 평가하면서 에너지 전환의 선제적 조치가 자연재해 예방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토 과반이 산악지형인 점을 고려해 확실한 사후 회복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리기후협정은 2020년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신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도록 마련된 협정이다. 협정의 핵심은 195개 당사국이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나아가 ‘+1.5도’까지 억제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각국은 2030년을 기준으로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극심한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변수로 인해 탈 탄소 대응은 늦어지고 있고 많은 국가가 여전히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파리협정의 실효성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1.5도 억제’가 가능하다면서도 추가 조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트렌버스 박사는 “너무 많은 석탄이 사용되고 있고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둔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2030년이 되면 머지않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스키 의장은 “최근 IPCC 보고서는 1.5도 제한 시나리오에서 즉각적인 탄소 배출 감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 시나리오에서 2019~2050년 사이 세계 석탄 사용량은 80~100% 감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0년대 말까지 시행되는 정책들이 강화하지 않는다면 2100년 3.2도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사이드 박사는 “이미 우린 대략 1.2도에 도달해 있으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추가 조처하지 않는다면 2030년 약 1.4도로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폭염, 화재, 홍수와 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온이 상승하고 자연재해가 악화함에 따라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경제부문은 바로 식량 산업과 농업이다. 전 세계 인구 4위 인도네시아에선 엘니뇨로 쌀 생산량이 줄어들자 농민들이 쌀이 아닌 옥수수 등으로 재배 작물을 바꾸기 시작했다. 다만 이 같은 변화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이드 박사는 “2020년 연구에 따르면 1961년부터 2017년 사이 기후변화로 인해 옥수수와 밀, 쌀의 생산은 5.3% 감소했다”며 “그러나 이는 지역별로 더 심각할 수 있다. 서아프리카에선 2000~2009년 기장과 수수 수확량이 각각 10~20%, 5~15%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작물 여럿이 동시에 흉작일 때, 다시 말해 극단적 기후가 하나 이상의 곡창지대를 강타할 때 이는 글로벌 식량 공급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가격을 높이고 해당 식량에 의존하는 지역에 식량 불안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스키 의장은 “지구 온난화는 자연재해 빈도와 심각성 모두를 증가시킬 것이고 이건 필연적으로 농업과 식량 체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재배 시스템 변화와 재난 위험 관리, 조기 경보 시스템, 기후 서비스 제공, 사회 안전망 조성 등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계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한국도 더는 예외가 아니다. 올해만 보더라도 동남아시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콜성 강우가 장마 기간 내내 괴롭혔다. 갈수록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있다.
사이드 박사는 한국이 가진 풍부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어난 강수량과 이로 인한 홍수를 동반한 계절적 변화는 한국에 관한 우리의 예측 모델과 매우 일치한다”며 “해결책은 간단하다. 가능한 한 빨리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드 박사는 “한국은 세계 최대 화석연료 수입국 중 하나로, 특히 세계 가스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아왔다. 이런 면에서 한국 탈탄소화의 잠재적 이점은 매우 크다”며 “우리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화석 기반 발전량을 훨씬 초과하는 잠재적인 태양광·풍력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경제와 건강 측면에서 큰 이점”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우린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했고, 현재의 국가 정책 계획으로 볼 때 한국은 2025~2030년 사이 매년 9만2000개 넘는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중요한 건 석탄에 의존하는 지방에서도 태양광·풍력 발전소 건설과 운영, 유지보수 등으로부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순이익을 얻을 수 있고 이는 화석 연료 관련 일자리 감소보다 더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드 박사는 “비싸고 더러운 수입 화석연료에서 싸고 깨끗한 자국산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한국의 경제와 지역사회, 기후공약을 위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렌버스 박사는 한국의 국토 과반이 산악지형인 점에 주목하며 현실적인 후속 대응 시스템을 갖출 것을 권고했다. 그는 “내가 머무는 뉴질랜드에도 많은 산이 있다. 산들은 빗물을 집중시키고 배출하는 탓에 홍수와 침식, 인프라 붕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 “높은 해수면으로 발생하는 해안 침식은 해안 인근의 상황을 악화한다”고 경고했다.
트렌버스 박사는 “부분적인 해결책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지만, 그건 중국과 인도에 달려있어 우린 아무런 통제를 할 수 없다”며 “한국이 통제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회복력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홍수와 물의 흐름에 대한 취약성을 평가하고 우수한 배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호수를 훨씬 더 깊게 만들거나 좋은 경고 시스템을 갖추는 것 역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