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미국의 대표적 지성인 에머슨은 하버드대학을 나왔다. 성직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인지라 대학 졸업 후 하버드 신학교를 나와 목사가 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재능이 시와 수필 쓰기에 더 있음을 알고는 성직에서 물러나 작가에의 길을 걸어갔다. 남북전쟁 기간 동안, 그리고 전쟁 이후에 그가 행한 순회강연은 좌절감에 빠져 있는 많은 미국인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가 남긴 숱한 저작물 가운데 하나인 ‘무엇이 성공인가’에는 졸업식장에 선 이 땅의 대학생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말이 들어 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받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 아름다움을 헤아릴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이제 막 졸업하는 졸업예정자 중에는 이미 취직한 이들이 여럿 있다. 대학원에 진학을 해놓았거나 취직을 해둔 상태라면 자신감을 그래도 어느 정도 갖고 학사모를 쓰겠지만 미취업자라면 많이 불안할 것이다. 청년 실업자 몇 퍼센트라는 언론 보도는 마음을 더욱 스산하게 할 것이다. 졸업해 마침내 사회인이 되는데 취직을 바로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졸업식장이 기쁨의 자리가 아니라 긴장의 자리, 불안의 자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에머슨은 ‘성공’의 의미에 대해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돈을 남들보다 많이 버는 직업을 갖는 것, 사회적으로 명성을 누리는 것 등을 그는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는 인생의 성공이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현명한 이에게 존경받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어디서 무엇을 할지라도 아름다움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부의 획득만이 출세가 아님을 뜻하는 것이다. 월급의 높낮이보다 자신의 역할, 사회적 기여도와 성취감이 더욱 중요한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그는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배움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대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난다면 그대는 이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성공에 대한 개념이 이렇게 바뀐다면 졸업생들은 아마도 불안감을 덜고 진정한 성공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졸업생들에게 나도 몇 마디 하고 싶다. 어디서 일하더라도 그 조직의 구성원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 조직에서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 사회는 희망보다는 좌절의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는 느낌이 든다.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던 2002년 같은 분위기는 영영 안 올 거라는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땅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 이 땅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이다. 우리는 신분 제약이 심했던 왕조 시대와 억압과 수탈이 심했던 식민지 시대도 겪었다. 전쟁의 참상과 전후의 궁핍도 이겨냈다. 누구라도 이 땅, 이 시대를 거부할 수는 없다. 에머슨의 말대로 어디서 무엇을 할지라도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곳, 더 마음 편히 살 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이 세상의 출발점은 내가 있는 이 자리다. 이번 여름에 대학 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힘을 내자고, 열심히 살아보자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