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伊 헬스케어 등
국감 ‘3대 펀드사고’ 법률 자문
각 분야 전문성 갖춘 20여명 원팀
기관 분쟁‧국제 중재‧매각 등 지원
“국내기관, 중‧후순위 담보권 많아
전문가와 만기 연장 등 협력 필수”
수조 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펀드 사태’와 맞물린 2020년 10월 국정감사 때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이 가장 큰 사회 이슈였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에 대해서도 해외 투자금 대부분이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곳에 투자됐다는 의혹마저 불거지며 사모펀드에서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판박이’ 부실 투자 징후가 끊임없이 포착됐다.
라임‧옵티머스 펀드와 함께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까지 당시 국감 3대 사고 펀드를 모두 법률 자문한 로펌이 있다. 바로 ‘법무법인(유한) 바른’이다. 이 때 금융당국은 국내 사모펀드 1700여 개를 전수 조사하는데, 펀드 실사를 맡은 삼일 회계법인이 법률 지원 파트너로 바른을 선택한 일이 계기가 됐다.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사모펀드 관련 법률 자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바른은 20년 넘게 줄곧 금융 분야 한 우물만 파온 1세대 금융 전문 변호사 최진숙(사법연수원 28기) 팀장을 필두로 기업법무그룹 구성원인 정경호(연수원 32기)‧최재웅(38기) 변호사 등을 포진시켜 ‘대체투자 회수 자문팀’을 신설했다. 자문팀은 펀드의 부실 징후를 포착해 회수할 것을 자문하는 등 투자 전반을 자문하고 있다.
김소연(40기)‧한태영(41기)‧조은주(변호사시험 1회)‧최진혁(변시 2회) 변호사 등 젊은 파트너 변호사들이 가세하면서 전통적인 투자자문업 외에 스타트업, 일본, 실리콘밸리, 블록체인 등 특수 영역에서 전문성을 확보했다.
최재웅 변호사는 1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바른 빌딩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라임,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독일 헤리티지, 영국 자산에 투자하는 일명 ‘UK 펀드’, 호주 무역금융 채권에 대한 투자 등 근래 금융권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던 거의 모든 펀드들을 자문했고 지금도 다양한 펀드들을 자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3년 동안 바른 ‘대체투자 회수 자문팀’이 자문한 펀드의 설정액을 전부 합치면 10조 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다수 부실 사모펀드들의 실사와 자문을 수행한 최재웅 변호사는 중국을 비롯해 이머징 마켓(신흥시장) 투자를 자문하고 있다.
아울러 홍콩의 중국화가 진전되면서 글로벌 자금들이 싱가포르를 경유해 투자를 실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싱가포르 지사를 책임지는 오희정 미국(뉴욕 주) 변호사는 글로벌 자금의 한국 내 투자와 한국 자본의 해외 진출 등을 돕고 있다.
바른 ‘대체투자 회수 자문팀’은 △부동산금융 △해외부동산 투자 △해외 자원개발 등 대체투자 자문 경험이 풍부한 국내‧외 변호사, 통‧번역사, 각 지역별‧산업별 전문위원, 담당 변호사 감독 아래 법적 전문 기술을 활용하는 준법률가(Paralegal) 등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체투자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 상품이 아닌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원자재, 선박 등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가의 전통적 투자 대상인 주식‧채권 값이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금융시장 영향을 덜 받는 이들 자산에 투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대체투자 회수 업무는 말처럼 쉽지 않다. 국제 중재, 매각 주선, 보험금 청구, 국내 기관들끼리의 분쟁, 담보권 실행 또는 저지, 만기 연장을 통한 연착륙 지원 등 복잡한 형태로 진행된다.
최 변호사는 한 자산운용사가 미국 소재 호텔을 인수하려다 실패해 적지 않은 계약금을 날리게 되자, 그 계약금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를 놓고 국내 자산운용회사와 증권회사(판매회사) 사이 기관쟁송이 비화한 케이스를 거론했다. 그는 “바른은 항소심부터 자산운용사를 대리했는데 1심 판결을 뒤집고 전부 승소를 했다”며 “펀드 설정 전 계약에 있어 해외 투자 시 국내기관 간 계약금 분담에 관한 선례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상기했다.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주도한 2800억 원 규모 홍콩 오피스 투자 건은 전액 손실 가능성이 대두된다. 독일과 미국‧벨기에 등에 투자한 부동산 또한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성된 해외 부동산 펀드는 2017년 7월 말 기준 약 25조8000억 원에서 지난달 말 77조500억 원 수준으로 6년 새 3배나 불어났다. 전체 부동산 펀드 운용 규모(AUM‧설정원본과 계약금액 합계)는 155조3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년 만기도래 펀드만 9조 원에 달해 추가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경호 변호사는 “해외 부동산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중‧후순위 담보권자(저당권)로 투자한 경우가 많다”며 “시장상황 호전을 노려보기 위해서는 선순위 대주와의 만기 연장 협상이 필수적”이라고 충고했다. 평판(레퍼런스) 좋은 현지 금융‧법률‧회계 전문가들과 파트너십이 중요한 이유다.
바른 ‘대체투자 회수 자문팀’은 어려운 협상이었지만 미국 로펌 블랭크 롬(Blank Rome LLP)과 공동으로 협상을 진행한 끝에 만기 연장을 이끌어낸 사례가 있다. 블랭크 롬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 14개 지역에 650명 이상의 변호사를 보유한 로펌이다.
정 변호사는 “해외에 투자된 대체투자 대상물의 회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국 법무법인은 물론 부동산 컨설팅업체 콜리어스(Colliers) 이외 회계법인 등 많은 국가의 전문가 집단과 네트워크를 쌓은 것이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 최진숙(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 (팀장)
주택보증보험공사 주택도시기금 자산운용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제재면책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예탁결제원 글로벌사업자문위원회 위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문 변호사‧법률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우정사업본부 예금자금운용 분과위원‧우체국금융투자심의회 위원,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 대체투자위원회 위원,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위원
● 정경호(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
해외자원개발협회 자원개발 자산운용 전문가 과정 수료,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
● 최재웅(사법연수원 38기) 변호사
법무부 해외진출 중소기업 법률자문단 자문위원, 한국도로공사 법률 고문 변호사
● 오희정(미국 뉴욕 주) 외국 변호사
싱가포르 Quahe Woo & Palmer LLC 파견, 법무법인(유한) 바른 싱가포르 대표사무소 Representative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