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도가 폐지되면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기업, 근로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7일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개최한 '포괄임금계약의 유용성과 제한의 문제'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이어졌다.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나 업무 성질상 추가 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계약 형태를 말한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산업환경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자유롭게 시공간을 선택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근로 방식이 확산하고 있는데, 우리 노동법은 여전히 70년 전의 획일적인 시간 규제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 대표적인 게 포괄임금 계약 금지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현장에서는 시간의 길이보다는 창의성이 생산성을 높이는 업무가 증가하고 있는데, 보상의 기준을 단순히 근로시간의 양에 맞추는 방식을 강제하면 근로자의 창의성을 훼손하고 기업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상 임금산정 방식에 대한 별도의 규제는 없고, 당사자 간 계약자유의 영역"이라며 "포괄임금계약은 경직적인 근로기준법제하에서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메워 노사 간 갈등을 완화하는 기능을 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포괄임금·고정OT계약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사무직 등 근로시간 활용을 비롯한 근로의 수행방법에 재량이 비교적 폭넓게 보장돼 있고 근로시간만으로 성과를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 불필요한 근태관리 비용의 확대, 창의적 노동과 근로시간 일변도의 대가 지급체계와의 비상관성 등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일하는 방식에 부합하는 포괄임금제도의 합법화 및 규격화 △수시적 연장근로 시간 등에 대한 노사 확인제도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포괄임금제는 근로자는 임금 변동성이라는 위험을 피하고 기업은 비용 예측을 쉽게 하는 등 노사 모두에게 바람직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임금은 근로시간에 비례한다는 노동법의 원칙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의 질이 일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며 "기록ㆍ관리되는 근로시간이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이라면 결국 근로시간 산정에서 흡연, 커피타임, 카톡, 인스타 등 근로시간의 질을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훈 대한광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포괄임금계약 문제는 오남용으로 임금을 덜 받는 근로자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며 "포괄임금계약 유효 여부는 근로시간 관리의 기술적 가능 여부보다는 사업장의 특성과 노사합의가 우선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명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포괄임금제도 자체가 무조건 근로자에게 불리하거나, 필연적으로 무상 노동을 내재하는 제도는 아니"라며 "포괄임금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밝히면서, 포괄임금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다양한 노동의 시대에 따라 근로시간에 대한 이해도 변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부회장도 "포괄임금이 오남용되는 영역과 사업특성에 맞게 사용 중인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