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면세점 업계도 본격적인 유커(游客,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전에 나설 태세다. 다만 그동안 관행처럼 유커를 데려온 여행사에 지급했던 송객수수료가 변수다. 설령 유커 유치에만 눈이 멀어 송객수수료 비중을 높일 경우, 과거 업체 간 '출혈 경쟁'을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 유커는 구매 특성이 달라, 지급수수료가 비정상적으로 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면세점 업계는 장기적으로 따이궁의존도를 낮추고 순수한 유커 대상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공항면세점 매출 확대에 노력하겠다는 복안이다.
16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면세점(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은 최근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조치 이후 6년 5개월여 만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한 것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유커 입국 금지 후 면세점업계의 어려움은 상당했다. 매출액 자체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영업이익이 매년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던 유커의 부재로 인해 많은 상품을 팔 데가 없어지자, 한국 면세점에서 대량 구매 후 중국으로 돌아가 되파는 따이궁 유치를 위해 면세점들이 일제히 송객수수료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면세점 A사 관계자는 “유커를 데려오는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10%대지만, 따이궁은 40%까지 주는 게 사실”이라며 “사드 사태 이후 따이궁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유커 방문 허용으로 면세점의 따이궁 의존도 떨어질 전망이다. 면세점 B사 관계자는 “유커 없이 매출을 내려니 따이궁 유치 경쟁이 과열됐었다”며 “유커는 여행사가 지정한 면세점을 이용하고,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에 사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수료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올 하반기 면세점의 수익 개선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유커 귀환 효과가 가시화하는 데까지 적어도 3개월은 걸릴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따이궁과 유커는 면세점 방문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영업이익 개선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따이궁은 단가가 높은 인기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지만, 유커는 저렴한 소량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면세점 C사 관계자는 “따이궁과 유커는 각각 대상 매출 구조나 구매 특성이 달라, 단체 관광이 재개된다고 매출이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따이궁으로 발생했던 매출액을 유커로 메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 방침에 따라 작년부터 따이궁에 대한 수수료를 낮추는 작업을 계속 해 온 업계의 기조도 이어질 전망이다. D사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송객수수료를 낮추면서 체질개선을 해왔다. 유커가 돌아오면 체질개선에 긍정적인 만큼 지금 해왔던 노력을 계속 하면 자연스럽게 따이궁 의존도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의 대표 복안은 공항면세점의 매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따이궁은 대부분 시내면세점에서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 올해 7월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사업을 시작한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은 공항면세점 확대로 따이궁 의존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시내면세점도 따이궁 대신 일반 여행객 대상 프로모션으로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을 이용하는 일반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번역 서비스 제공 등 인프라 개선에 힘쓰도 있다”며 “명동 상권 등 100여 개 제휴처에 면세점 리플렛도 비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