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사건 중 실제 법 위반은 1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는 신고가 취하되거나, 법 위반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기준이 괴롭힘을 당한 당사자의 ‘주관적 괴로움’인 탓에, 법 위반이 아닌 신고도 늘고 있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이 시행된 2019년 7월 16일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총 2만8731건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돼 개선지도 등 조치가 이뤄진 건 3866건뿐이다. 전체 신고 건수의 절반 이상인 1만6369건은 신고가 취하됐으며, 6793건은 법 적용대상이 아닌 경우였다. 특히 8260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거나, 사업주가 적절한 조치를 취한 ‘법 위반 없음’ 사례였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이런 모호한 개념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다. 물리적 폭력은 행위 그 자체가 명백한 괴롭힘이지만, 정신적 고통은 주관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신고가 남발되면 행정력 낭비 등으로 정작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적절한 보호를 못 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학계에선 지속·반복 개념을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고, 일본도 판례를 통해 지속·반복성 개념이 정립됐다”며 “당장 조항을 바꾸는 걸 검토하진 않지만, 꾸준히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의 개념도 비슷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아동학대의 유형 중 하나인 ‘정신적 폭력(정서적 학대)’이 그렇다.
특히 자녀가 부모 등의 훈육행위를 신고하는 경우, 학부모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신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체 학대 신고는 2017년 3만4169건에서 2021년 5만932건으로 4년간 57.8% 증가했다. 2021년 아동학대 신고는 총 5만3932건이었는데, 이 중 학대로 판단된 건 3만7605건(69.7%)이었다. 나머진 학대가 없었거나, 학대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 경우다.
다만, 아동복지법은 제정 취지를 고려할 때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정부는 ‘신고’ 자체가 학대행위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준비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도도, 발견율도 낮다”며 “신고를 남발하는 것이 문제지, 제도가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