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2002년 최악의 피해를 줬던 태풍 ‘루사’와 비교하고 있는데요. 실제 카눈은 루사처럼 느린 속도로 한반도를 훑고 지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피해 역시 클 것으로 우려됩니다.
태풍 ‘카눈’의 예상 경로와 현재 대응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태풍 ‘카눈’. 심상치 않습니다. 위력은 더 강해지고 더 오랜 기간 살아있는데요.
지난달 28일 발생한 태풍 카눈은 애초 중국 동부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주 금요일 갑자기 방향을 틀어 일본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더니 고수온 해역을 통과하며 강한 세력을 그대로 유치한 채 다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례적인 두 번의 급선회는 결국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게 했는데요.
북상 중인 ‘카눈’은 오전 9시 기준 일본 규슈 남서쪽, 제주 서귀포에서는 남동쪽으로 360km 떨어진 해상을 지났습니다. 카눈 중심과 경남 통영까지 거리는 440km, 부산까지는 480km 정도입니다. 현재 카눈 중심기압은 970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은 35m/s(시속 126km)로 강도 등급은 ‘강’ 입니다.
10일 오전 3시 통영 남쪽 120㎞ 해상에 이르렀을 때 카눈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65hPa과 37m/s(시속 133㎞)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때 강풍반경(풍속이 15m/s 이상인 구역)은 340㎞로 한반도 동서 폭 평균(약 300km)을 넘겠고 폭풍반경(풍속이 25m/s 이상인 구역)은 120km일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상륙 후 카눈은 10일 오후 3시 청주 남동쪽 20km 지점, 같은 날 오후 9시 서울 동쪽 30km 지점을 지나겠습니다.
태풍 ‘카눈’은 한반도를 동서로 양분하며 세로로 종단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반도를 남쪽 끝부터 북쪽 끝까지 내륙에서 종단하는 1977년 이후 사상 첫 태풍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앞서 ‘카눈’의 영향권에 든 일본 오키나와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태풍 ‘카눈’의 위력을 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컨테이너 가건물은 내동댕이쳐진 듯 뒤집어졌고 거대한 나무가 뿌리째 뽑혀 쓰러졌습니다. 일본 고시마현 일부 지역의 경우, 일본 기상청 계측 결과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40m를 기록했는데요. 초속 40m의 바람은 큰 바위가 날아가고 도로 위 자동차가 전복될 수 있는 세기 입니다.
인명 피해도 속출했습니다. 차고가 무너지면서 90대 남성이 숨지는 등 사망자가 2명이 나왔고 부상자도 90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한때 오키나와 전체 세대의 3분의 1 수준인 20만 세대의 전력 공급이 끊기기도 했는데요. 카눈의 영향권에 든 타이완 일부 지역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마을에 산사태가 덮치면서 편의점과 주유소가 흙에 파묻혔고 도로 곳곳이 부서져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위력을 가진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9일부터 10일까지 전남 남해안·경상 해안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40m, 강원 영동·경상 내륙·호남(남해안 제외)·충남 서해안·제주에선 초속 25~35m, 인천, 경기 서해안, 경기 남부, 강원 영서, 충청내륙은 초속 20~30m, 서울과 경기 북부 내륙은 시속 15~25m에 이를 전망입니다.
‘카눈’은 지난해 태풍 힌남노 이후 약 11개월 만에 국내에 상륙하는 태풍이 되겠는데요.
‘카눈’은 한반도를 세로로 가르는 형태로 수직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태풍의 앞머리에 발달하는 강력한 비구름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순간적으로 초속 40m가 넘는 바람이 곳곳에서 몰아치겠는데요. 가만히 서 있기가 힘들고 유리창이 깨지거나 간판이 날아갈 수 있어 시설물 피해 없도록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카눈의 이동 속도가 느리다는 점입니다. 내륙 진입이 불가피하다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지나가야 피해가 덜한데 카눈의 예상 속도는 15~20km입니다. 상륙한 뒤에도 평균 속도의 절반 정도로 보이는데요. 이동 속도가 느린 만큼 우리나라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역대급 피해를 입힌 태풍 ‘루사’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2022년 우리나라를 관통했던 태풍 ‘루사’는 당시 시속 15km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강릉에 하루에만 870mm가 넘는 물폭탄을 뿌렸습니다. 피해 금액만 5조 원이 넘으며,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4200여억 원의 피해를 입힌 2003년 매미도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인데요. 속도가 비슷하다고 해 피해 규모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은 대부분 내륙을 관통하거나 상륙한 태풍이었던 점을 토대로 강풍뿐만 아니라 폭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정부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며 분주해졌습니다. 태풍 위기경보는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고 중대본도 3단계를 가동하는 등 피해 방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로 상향 발령했는데요.
우선 정부는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당시 피해가 컸던 반지하와 지하주차장 등 취약 지역을 점검하고 최근 대형 인명피해가 났던 지하차도의 침수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태풍의 진로 및 도달 시간을 파악해 어떻게 대피할 지 생각해야 하는데요. 태풍 예보시 TV나 라디오, 스마트폰 등을 통해 거주 지역에 영향을 주는 시기를 미리 파악해 이웃과 공유하고 어떻게 대피할지 가족이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산간, 계곡, 하천, 방파제 등 위험지역에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하며 지하 공간이나 붕괴 우려가 있는 노후주택·건물 등에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아울러 바람에 날아갈 위험이 있는 지붕, 간판 등은 미리 결박하고 창문은 창틀에 단단하게 테이프 등으로 고정해야 합니다. 하천이나 해변, 저지대에 주차된 차량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하며 각 가정의 하수구나 집 주변의 배수구를 미리 점검하고 막힌 곳은 뚫어야 합니다.
각 가정에서는 비상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응급용품은 미리 배낭 등에 넣어두고 상수도 공급이 중단될 수 있으므로 욕실 등에 미리 물을 받아두어야 합니다. 정전에 대비해 비상용 랜턴, 양초, 배터리 등을 미리 준비해 두고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등과의 긴급 연락망을 확인해야 합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강하고 많은 비와 함께 강풍도 예상됨에 따라, 태풍에 대한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겠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