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조례안에 강행규정 신설
‘지자체 예산편성권 침해’ 반발했으나
大法 “고유 재량권 본질적 침해 없다”
‘생활임금’을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대하는 부산광역시 조례안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박형준 부산시장 측 조례 무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만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어려운 계층의 소득을 보완할 목적으로 2018년 도입됐다. 하지만 혜택이 공공 영역에 국한돼 있다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부산시의 올해 생활임금은 시간당 1만1074원으로 최저임금(9620원) 보다 높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부산시장이 부산시의회를 상대로 낸 ‘생활임금 적용대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호봉 재산정을 통해 생활임금을 반영’하도록 규정한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청구 사건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3월 23일 부산시의회는 생활임금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조례 개정안은 그동안 공공 영역에만 적용된 생활임금을 △시가 발주한 공사‧용역 수행 업체 중 시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업체가 직고용한 노동자 △시 용역 수행업체의 직고용 노동자 △국‧시비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민간단체 노동자 등 민간 영역까지 적용대상을 넓혔다.
특히 부산시의회는 조례안에 부산시장으로 하여금 생활임금 적용대상 전 직원 호봉을 재산정해 생활임금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제11조 제3항)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조례안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예산안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재의를 요구했으나 같은 해 6월 21일 시의회에서 재의결되자, 조례의 효력이 없음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방자치법 제120조(지방의회의 의결에 대한 재의 요구와 제소)에 따른 단심 사건으로, 지방자치법은 지자체 장은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면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부산시 소속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기준을 정하고 월급에 이를 반영하도록 한 조례안 내용이 국가 사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인지, 시장의 예산안 편성권 및 인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생활임금 지급에 관한 사무는 지자체 고유 자치사무에 해당한다”며 “생활임금 조례가 자치 사무가 아닌 국가 사무에 해당한다고 본 원고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기관으로서의 지방자치단체장 고유의 재량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거나 상위 법령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한 “생활임금 조례는 호봉 재산정 적용대상 결정 권한을 시장에 위임하고 있어 임금 상승분 결정 역시 시장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따라서 지자체장 고유 권한인 예산안 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임금결정 등 인사권에 적극 관여하는 조례도 아니고, 조례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