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 중심 보수적으로 영업
전문가 "민간 연체율 관리 시급
중·저신용자 정책자금 확대를"
대출 금리 상승에도 빚을 내는 가계들이 늘어나면서 금융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과 영업에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지방은행들은 높아지는 연체율을 방어하기 위해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더욱 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저신용자를 위한 정책자금 공급 규모 확대가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조언한다.
1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지방은행 5곳(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0.60%로 지난해 2분기(0.32%)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올 2분기 0.52%로, 지난해 같은 기간(0.37%)보다 0.15%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도 악화됐을 것을 추정된다. 지난 1분기 5.1%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2분기 적자까지는 아니지만,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1분기보다 안 좋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이들 금융사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는 모양새다. 상대적으로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 취급 규모를 늘리고, 반대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는 것이다.
올해 6월 기준 지방은행 6곳(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제주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이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830점으로, 1월 811.8점보다 18.2점(2.2%) 높아졌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신용대출을 3억 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에게 신용대출을 내주지 않은 곳은 16곳으로 지난해 6월(9곳)보다 7곳 늘었다.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를 위한 비보증부 신용대출인 민간중금리대출 취급 실적도 줄었다. 취급금액 3억 원 이상 저축은행의 민간중금리대출 취급 실적은 올해 상반기 3조3437억3100만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조1317억500만 원)보다 45.5% 감소했다.
이 같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모두 건전성 저하 우려가 커지면서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지방은행들은 연체율 관리를 위해 ‘중금리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JB금융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발표회에서 “중금리대출 부문은 지난해 12월 이후로 필터링 전략을 강화하고 한도를 축소했기 때문에 하반기 연체율은 조금 안정화될 것”이라며 “기존 중금리 대출을 고신용자 중심 대출 상품 취급으로 바꾸는 등 보수적으로 영업하겠다”고 발표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며 “하반기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연체율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저신용자 관리를 위해 정부가 보증대출 상품 공급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부실 위험을 민간금융기관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대출의 경우, 건전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며 “타겟팅을 명확히 한 정부의 정책성 대출 공급 규모 확대로 서민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정부가 나서서 정책자금 대출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단, 채무상환 계획 제출, 채무 상환 방법 교육 이수 등을 대출 조건으로 두는 등 부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