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필수인 시대가 코 앞으로 나가왔지만 중소기업의 이해 수준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SG 경영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국내 대·중견 기업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중소기업계는 정보·자금·인력 부족 등 만성적인 경영난 속에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ESG의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을 방치하면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태와 생존 위협이 현실화 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탄소중립ESG 위원회'는 ESG 경영 준비하는 과정의 애로를 발굴하고, 현실적인 지원 정책을 도출하기 위해 2021년 출범했지만 당초 업무보다 ESG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원사업을 공고해도 ESG가 무엇인지, 무엇의 약자인지 조차 되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며 "중소기업의 ESG 평균 수준은 전혀 준비가 안된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한 A 기업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자금을 투입해 제품 연구개발과 설비 전환에 나섰지만, 주변 기업들은 ESG에 대한 개념조차 모른다"며 "무엇보다 지자체가 친환경에 나선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런 기업과 제품에 관심이 없을 뿐더러 체감할만한 ESG 관련 교육이나 컨설팅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에 자재를 납품하는 B기업 대표도 "ESG 경영을 위해 관련 제품을 내놓고, 사업 재편도 단행했지만 제품을 만들어도 높은 가격에 시장형성이 안 되고, 자금이 부족해 정부에 관련 정책금융 지원받으려 했지만 오히려 예산이 줄어 설비 전환 등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하소연 했다.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수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납품 업체의 경우 ESG 평가 요구마저 받고 있다. 취지에는 공감하나 지원 없이 결과만 요구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하소연이다. 이상훈 중소기업 탄소중립ESG 위원장은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소비 부진 등 경기 불황으로 당장 먹고 사는 게 문제이다보니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ESG 리스크는 눈 앞으로 다가왔다. 소규모 가구업체인 C기업은 수년 전 미국 글로벌 업체에 납품을 준비하던 중 CSR 평가를 요청 받아 100만 원이 넘는 심사비용을 내고 CSR 평가를 받았지만 외국인 근로자 숙소의 안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납품이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ESG 인식 확산과 정보 공유, 가이드라인 제시, 정책자금 확대 등 ESG 경영의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납품 중소기업의 ESG 대응 부족이 대기업의 해외시장 지배력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대기업 차원의 컨설팅과 시설 지원 등 상생 협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