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DLF 사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손 들어
"상황 따라 제재 수위·대상 달라져…예단 어려워"
"'책무구조도 도입' CEO 책임 회피 수단 될수도"
BNK경남은행 한 간부급 직원이 5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횡령·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태가 경남은행장에게로까지 화살이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현행 법령상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도 검사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처벌 근거가 드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3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남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과 관련한 최고경영자(CEO) 제재에 대해 "검사 결과에 따라 제재 대상자와 제재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며 "책무구조도 도입이 아직 되지 않았다고 해서 CEO를 제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법령 하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으므로 해당이 되는 사안인지 검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내세우는 관련 법령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24조를 말한다. 지배구조법 24조에는 금융사가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만 명시돼 있을 뿐, 실질적 운영 방식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 때문에 2020년 금감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으나, 대법원은 손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준수가 아닌 기준 마련의 의무만 있어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재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DLF 불완전판매 소송 2심이 진행 중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6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금융회사 CEO가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하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여기엔 시스템적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 CEO에게도 책임을 묻기로 한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아직 법안 개정 이전이라 경남은행 사태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지배구조법 개정이 안 된 상황이라 이번에도 지배구조법 24조를 들어 내부통제 기준 마련에 있어서 실질적인 흠결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뿐"이라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는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범위가 넓어 제재 수위나 대상을 함부로 예단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개정안에 담긴 책무구조도 도입에 대해 좀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칫 금융사 CEO들이 책무구조도를 임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은행권에서 각종 횡령사고나 문제들이 불거져도 처벌에 대한 메커니즘이 약하다 보니 반복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 교수는 "책무구조도 도입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은 CEO들이 하는 만큼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도록 해야만 내부통제도 더 효과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