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보다 5배가량 비싸…연간계약 방식 ‘안정적'
차세대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 첨병으로 급부상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HBM 관련 투자 확대와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최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각각 자사의 HBM 제품이 최고라며 기싸움을 벌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측 모두 기술력을 소개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일각에선 고객사 유치를 염두에 둔 마케팅 차원의 신경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더 많은 고객사 확보 차원에서 대외적으로 기술력 과시 경쟁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SK하이닉스가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으며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까지 진화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모두 12단 24GB(기가바이트) HBM3 양산 준비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연내에 5세대인 ‘HBM3P’ 출시하고 내년에 6세대인 ‘HBM4’를 생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 5세대와 6세대인 ‘HBM3E’, HBM4를 내놓는다. 양사는 내년에 HBM 생산량을 2배 늘린다.
HBM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텔, ADM,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많이 찾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시장이 전년 대비 60% 성장하고 내년부터 매년 30%씩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세계 HBM 판매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이득이 된다.
HBM은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HBM은 D램보다 5배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분기나 반기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는 D램과 달리 수요처 맞춤형으로 연간 계약 방식으로 공급되는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먼저 생산해서 재고를 확보해 놓고 파는 일반적인 D램과 달리 HBM은 고객사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수주형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 각각 8조9400억 원, 6조28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