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가운데 뱀이 출몰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태백에서는 거대 구렁이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던 개가 풀숲에서 갑자기 뛰쳐나온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단지 곳곳에 백반을 뿌리는 등 대대적인 뱀 소탕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12일과 30일에는 각각 전남 여수와 강원 강릉에 뱀이 출몰돼 소방대원이 출동했다. 여수에서는 2m가량의 구렁이가 발견됐고, 강릉에서는 1.4m의 뱀이 출몰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태백에서는 ‘아나콘다’ 수준의 거대 구렁이 목격담이 나오기도 했다. 한 주민이 태백 장성동에 있는 장성광업소 인근을 지나던 길에 촬영했다는 사진에는 길이가 8m에 이르는 구렁이가 찍혔다.
아태평양서파충류연구소는 해당 뱀이 구렁이의 한 종류라고 추정했다. 한국과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는 구렁이는 한국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역에 살고 있다.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처럼 여름철에 아파트 단지 안까지 뱀 출몰이 잦은 이유는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서식이 쉬운 주거지로 뱀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강변 등 수변 지역에는 사람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설치류가 많고 이를 잡아먹는 뱀에겐 서식이 쉬울 수 있다”며 “한강 둔치엔 수풀이 많고 물이 가까워 뱀이 선호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뱀이 위험한 동물로 인식되지만 발견했더라도 함부로 포획해선 안 되며 주택가로 서식지를 옮긴 뱀 중엔 독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변온동물인 뱀은 건조하고 춥거나 습하고 더운 극단적인 기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겨울에 동면(冬眠)에 들거나 여름에 하면(夏眠)하는 습성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즉 덥고 습한 야생에서 버티지 못한 뱀이 상대적으로 적당한 습도와 기온을 갖춘 도심으로 모여든다는 것이다.